[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피해자가 장애등급으로 분류되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성관계와 임신의 의미를 알고 있고, 성관계를 여러번 거절한 사실이 있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인터넷 게임사이트를 통해 만난 지적장애인 A씨(24)를 성폭행한 혐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로 기소된 채모씨(27)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다소 미숙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성행위와 임신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고,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게임 및 대학생활 또는 일상생활에 관해 채씨와 피해자가 교환한 문자메시지의 내용, 피해자가 부모로부터 멀리 떠나 홀로 자취하며 특별한 보호자 없이 대학생활을 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와 교환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채씨가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인식했다고 볼 수 없고, 함께 나눈 메시지에는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관한 메시지도 있었다"면서 "채씨가 피해자의 정신장애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채씨가 지난 2011년 3월 알게 된 A양이 여러 차례 욕설을 하고 화를 내도 다시 연락을 해오는 점, 영상 통화시 알몸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쉽게 응하는 점 등을 통해 A양이 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두차례 성폭행했다며 채씨를 기소했다.
이에 1심과 2심 재판부는 "A양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이에 대한 저항의사를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채씨에게 징역 2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80시간, 채씨의 개인정보를 5년간 인터넷에 공지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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