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 투자 "올 2분기 노려라"
연초 경기침체로 경매물건 늘어날 듯
버블세븐 등 감정가 떨어진 곳 유리
2009-01-04 10:23:40 2009-01-04 10:23:40
지난 2일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장.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이 날 오전 서울에서 유일하게 경매가 열린 서울지방법원에는 아침부터 240명의 인파가 몰렸다.
 
추운 날씩에 두툼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경매장을 빼곡히 메웠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20-30여명의 응찰자들은 벽쪽에 서서 입찰 결과를 지켜봤다.
 
이날 입찰 물건중 최저입찰가가 1억3천440만원으로 감정가(2억1천만원) 대비 64% 떨어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무려 22명이 몰려 감정가의 79%인 1억6천589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이날 입찰장 분위기는 '과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새해 첫 날인데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7년만에 최저 = 4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69.22%,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은 70.87%로 작년 한 해를 통틀어 월별 낙찰가율로 가장 낮았다.
 
일반 아파트 거래가격이 하락하면서 2-3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만 응찰자가 몰리며 상당수 물건이 감정가보다 30-40% 정도 싸게 낙찰된 것이다.
 
하반기 들어 낙찰가율이 급감하면서 지난 한해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낙찰가율은 84.29%로 지난 2001년(83.66%)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체 낙찰가율은 84.66%로 2005년 83.03%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한 해 아파트 경매 물건 수는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집값 상승세에 힘입어 서울이 1천597건, 수도권 전체가 5천359건으로 지난 2007년 대비 각각 18.7%, 17% 줄었다.
 
하지만 월별로 볼 때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아파트 입찰 물건 수는 450건, 수도권 지역은 1천378건으로 전 달에 비해 각각 21%, 13% 정도 증가했다.
 
◇ 올 2분기 적극 공략할 만 = 아이러니하게도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올해 경제여건과 기존 주택시장은 더욱 나빠져야 한다.
 
경기가 불투명하고 집값이 하락해야 유망한 경매 물건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응찰자 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경매 투자에 붐이 일었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전문가들은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해 입찰되기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9월 이후 몰아친 국제금융 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영향으로 경매물건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은 올해 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주거용 부동산 경매는 올 2분기부터 적극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은 팀장은 "올 상반기 주택경기 위축으로 경매 낙찰가율도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경매물건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남보다 한 발 앞선 2분기부터 경매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 금리 인하로 경매 물건이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관심 매물이 있다면 입찰, 유찰 여부를 꾸준히 체크해봐야 한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외환위기 당시의 학습효과로 향후 몇 개월만 버티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1분기에 실물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2-3분기부터 경매 물건이 늘겠지만 경제가 조기에 회복된다면 물건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대상은 상품성 있는 인기지역의 중소형 위주로 접근하되 대출 부담은 최소화해야 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현재 경매 낙찰가율이 많이 떨어졌지만 감정가 자체가 5-6개월 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현 시세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주변 매물 시세와 비교해보고 버블세븐 등 가격 경쟁력 있는 곳만 선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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