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오는 2016년부터 공공·민간 부문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정년을 연장할 경우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강제조항이 없어 이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다.
◇재계 "정년 연장에 앞서 임금피크제 전제 돼야"
23일 정년연장 법안이 통과되자 재계는 비용 증가와 신규채용 감소로 인한 청년실업 심화, 생산성 하락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또 정년 연장에 앞서 임금피크제 등 노사 양측의 이익균형을 위한 전제조건 성립돼야 한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령자들이 오랫동안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는 기업의 고령자 고용유지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사업장 평균정년이 57.4세(300인 이상 평균)인 점을 감안한다면, 정년이 연장되는 약 3년의 기간 동안은 신규채용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60세 정년 의무화 당시 60세 이상 정년기업 비율이 93.3%에 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37.5%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60세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는 것은 결국 세대 간 갈등과 중소기업-대기업 간의 노동시장 양극화만을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기업에 비해 대기업은 근속 연수가 짧아 실제 정년 연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직원은 한정될 것"이라며 "최근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활성화, 대체휴일제 도입에 이어 정년연장까지 주요 현안들이 한꺼번에 몰려 안 그래도 세계 경기 침체로 고생하고 있는 산업계에 부담이 더해졌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신규채용을 최소한의 장치"라며 "불황으로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실시하기는 어렵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여유자금이라도 있어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국회가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지 않고 정년 연장을 서둘러 의무화시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조치로 청년 실업 문제가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지지부진할 경우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청년층 노동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중소기업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정년 연장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고령자의 일자리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게 하는 정년 의무화가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적합 직무를 개발하고 근로시장 유연화, 임금피크제 활성화 등 전체 노동시장에서 고령자 고용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정년 연장 환영, 임금피크제 연계는 반대"
반면 그 동안 정부와 정치권에 정년 연장을 요구해온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삭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임금체계와 상관없는 정년연장'을 주장해온 노동계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도의 시작이 중요한 만큼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도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임금체계는 해당 당사자들이 고숙련 노동자들인 만큼 숙련직무위주의 임금체계로 개편돼야 할 것"이라며 "제도를 악용한 무작정의 임금 깎기는 오히려 제도시행의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은 전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임금조건 하향평균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노후빈곤 대책의 기능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실업이 심화될 것이란 재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고령자 취업자 증가와 청년 취업자 감소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가 한국노동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며 재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아울러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작성한 '세대 간 고용대체 가능성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과 고령층(55세 이상)은 각각 경쟁력이 있는 직종이 달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관계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 직종, 교육, 경영·회계 등 사무직에 경쟁력이 있고,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운송,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직에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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