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아베노믹스(아베정권의 양적완화 정책) 영향으로 엔화 하락세가 매섭게 몰아치면서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엔저의 여파는 현재보다 향후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 소폭 증가 그쳐..日 경쟁관계 업종 수출 '뚝'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에 그쳤고 일평균 수출의 경우 전년대비 7.9% 감소해 2012년 6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일수출 역시 두 자리 수의 증가세를 보인 중국·아세안 수출과 달리 전년 대비 11.1% 줄어들었다.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엔저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철강의 수출은 각각 2.4%, 13.6% 감소했다. 특히 선박의 수출은 무려 44.8%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평균 달러·엔 환율이 94.07엔으로 엔화 가치가 전기 대비 8.4% 떨어지고 1분기 중 원·엔 환율은 전기보다 169.1원 하락한 1177.3원을 기록하면서 14.4% 절상된 영향이 컸다.
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이 2개월 연속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자동차·철강 업종 부진 등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중국 4월 제조업PMI가 한 달 만에 반락하는 등 대외여건 역시 부진해 수출경기가 5월 중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격 엔저 공습은 이제부터 시작"
문제는 엔저의 공습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저는 환율의 변화가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J커브 효과'로 인해 2·3분기부터 본격적인 엔저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9일 국제수지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엔저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고 볼때 2분기부터 본격적인 엔저의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며 "3분기에도 이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지금처럼 빠른 약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엔저가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며 "J커브 효과로 인해 2분기 정도부터 엔저 여파가 커질 것으로 보여 엔저와 관련해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엔저 피해를 입고 있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무역금융 지원 규모를 11조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최근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엔-원 재정환율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정훈 우리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환율 변화가 불리하게 작용되는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책측면에서는 환율의 변동성 완화 노력과 고부가가치 산업·신규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