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월가의 오래된 투자 격언 중에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란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 5월 이후 여름철에는 지표 둔화와 주식시장 거래규모 감소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역시 월가에서는 5월 매도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해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란 반론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0년간 5월 S&P500 하락 15회..조정 '뚜렷'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지난 1965년부터 1984년까지 20년 동안 5월에 S&P500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15번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S&P500지수는 지난 3년간 5월 이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2010년 5월엔 주가가 8% 이상 급락한 뒤 6월에도 5%넘게 내렸다.
2011년에도 5월 초 1360대였던 지수가 1310대로 3.8%하락했으며 지난해에도 5월 한 달 동안만 6.3% 하락했다.
올해에는 경제 회복이 더디고 이번 어닝시즌이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는 점 등이 5월 매도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미국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4를 기록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신규주문도 지난 3월 4% 줄면서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조셉 C.그레코 메러디안 에퀴티 파트너 이사는 "여름철 주식거래가 감소한다는 점과 지표둔화 등을 고려하면 조정이 온다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 폭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트네&컴퍼니의 블리스 대표는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랠리가 이어질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현 지수 수준을 더 끌어올릴 모멘텀이 없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매도설의 근원지는 미국 아닌 '영국'..올해는 달라
반면, 올해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긍정론자들은 ‘중앙은행과 맞서지 말라’는 또 다른 월가의 투자 격언을 인용하며 연방준비제도가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지금은 주식시장을 떠날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마즈 히로키 SMBC닛코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여름에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지표 둔화를 겪어왔다”면서도 “이러한 계절적 요인만으로 5월에 매도 전략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면 3~4년에 걸쳐 위기 이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수준을 회복하고 이후 6~7년후부터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됐었다"며 "서브프라임사태가 발생한지 6년째인 올해부터 미국 경제는 부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5월에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격언은 본래 월가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영국 런던에서 생겨난 격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기적 투자관점에서도 5월에 주식을 팔고 떠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문업체 모틀리 풀(Motely fool)은 5월에 주식비중을 늘리거나 보유하는 전략이 파는 전략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29년동안 5월에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격언을 따른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수익률이 1.5% 부진했다. 여기에 거래비용과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주식을 보유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는 설명이다.
5월 이후 여름철에 주식시장 거래 규모가 급감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변동성이 확대될 순 있지만 그 만큼 주가 상승률이 더 가파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1989년에는 5월부터 9월까지 주가가 13%올랐으며 2005년에는 10%, 2009년에는 16%가까이 올랐다.
짐 러셀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각국 중앙은행들의 부양조치를 반기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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