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특허가 만료되는 유명 고혈압약품 '미카르디스'의 복제약 공급계약을 두고 벌어진 동아제약과 삼일제약의 법정소송에서 동아제약이 승소했다.
두 회사간의 분쟁은 2009년 체결했던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제네릭(특허가 만료돼 복제한 약) 제품의 위·수탁 공급 계약 내용을 삼일제약이 변경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5월 삼일제약 측은 '사업진행을 검토해보니 수익성이 낮아 수탁사업을 진행할 수 없으니 제조수탁사업 포기에 동의해 달라'고 동아제약 측에 통지했다.
이에 동아제약 측은 '당초 계약 내용과 다른데다, 삼일제약의 주장은 계약 종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계약을 그대로 진행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이듬해 3월 삼일제약 측은 '신제품을 개발해 판매할테니 새로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자'고 새롭게 제안했다.
그러나 동아제약은 '신제품이 생동성시험을 받지도 않았고 품목허가를 받을지도 불투명하다'며 또 다시 삼일제약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도 삼일제약 측은 신제품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제품에 관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자'고 거듭 제안해왔다.
결국 동아제약은 삼일제약 측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한편, 그동안 삼일제약 측에 지급한 기술이전료, 영업손실액 등 10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삼일제약 측은 오히려 '계약한 제네릭 제품은 크기, 모양 등 부수적인 요소는 특정되지 않았고, 신제품을 제안한 것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소송을 냈다.
결국 법원은 '계약내용'을 둘러싼 법정다툼에서 동아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아제약이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특정되지 않았는데도 기술이전료 비용 등을 삼일제약 측에 지급할 이유가 없는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두 회사간에 계약한 것은 오리지널 제품과 동일한 제네릭 제품"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통상 제네릭 제품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과 모양·크기 등이 유사해야 오리지널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어서 생산·판매할때 중요한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삼일제약이 계약에 없는 신제품의 생산 및 연간 최소 구매수량을 설정해 달라고 동아제약에 제안한 것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회사간의 위·수탁계약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부담하는 협의 의무에 삼일제약의 일방적인 이행거절 및 계약 내용 변경에 대한 협의의무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삼일제약 측이 동아제약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액의 범위는 그동안 받아온 기술이전료·생동성시험 비용 등 총 5억8200만원이 적당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계약 유지를 전제로 한 향후 영업 손해액은 책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아제약이 계약을 체결했던 제네릭 제품의 판매이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판매하면 현실적으로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의 액수를 입증해야 한다"며 "동아제약이 주장하는 다른 제네릭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제네릭 제품의 시장점유율에 대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계약한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 만료에 따라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이라서 다른 제품과의 경쟁을 위한 영업비용 등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