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도장 찍혔어도 명의자 의사와 무관하면 책임 못물어"
2013-05-05 09:00:00 2013-05-05 09:00: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영수증에 계약 당사자 명의의 도장이 찍혔어도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영수증이 작성된 것이라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모씨가 "보증금과 공사비를 포함한 1억700만원을 지급하라'며 박모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반환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영수증 및 합의각서는 그 내용은 물론 작성 명의인과 입회인의 기명조차 모두 제3자가 기재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이씨는 영수증 및 합의각서가 완성된 상태에서 이를 입회인 김모씨로부터 건네받았다는 취지로만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각 문서상의 필적이 누구의 것인지, 이씨와 박씨의 인장을 누가 날인했는지, 김씨가 각 문서를 박씨로부터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인지 등 그 구체적인 작성 경위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각서의 작성 명의인이자 영수증과 합의각서를 증거로 제출한 이씨가 그 작성경위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수증 등이 그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성된 문서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오히려 박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영수증 및 합의각서에 날인된 빅씨의 도장이 작성 명의인인 빅씨의 의사에 따라 현출됐는지 여부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데도, 원심은 사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로 했다.
 
지난 2007년 4월 이씨는 A빌딩의 상가 두 개 층을 임대차보증금 총 1억원, 월임대료 300만원에 2년간 임차하기로 하는 계약을 박씨와 체결했다.
 
이씨는 계약 당일 계약금 2000만원을 박씨에게 지급한 이후 같은 달 27일 박씨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 8000만원을 모두 지급하고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4월경 이씨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6개월 후 박씨와 이씨는 '박씨가 원고에게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정산해 주고 상가를 임대하되, 만약 박씨가 상가를 타인에게 임대할 경우 금원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
 
현재 이씨가 박씨와 임대하기로 계약했던 상가는 박씨의 동생 박모씨가 추가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이후, 2008년 7월경부터 횟집과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씨는 '잔금을 지급한 영수증과 합의각서가 있으니 공사비용 등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박씨에게 요구했으나, 박씨는 "이씨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중 잔금 8000만원을 지급받은 적이 없고, 이씨가 지출한 점포의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이씨에게 상환해 주기로 약정한 사실도 없으므로 영수증과 합의각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자 이씨는 박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에 대해 1·2심은 "영수증 및 합의각서에 박씨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이씨가 임대차보증금의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박씨가 합의각서 내용과 같은 약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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