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신정권 긴급조치 4호는 위헌·무효"
"표현의 자유·재판받을 권리·영장주의 위반"
2013-05-16 15:37:42 2013-05-16 15:40:2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 4호는 위헌·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전원합의체의 이번 판결로 긴급조치 4호에 의해 유지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사유에 대해 별도의 증명 없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으며, 긴급조치 4호 해제로 면소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6일 대통령긴급조치 위반과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추모씨(83)에 대한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긴급조치 위헌·무효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로,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0년 12월 유신헌법 53조에 근거한 긴급조치 1호와 9호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 4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폐지된 형벌 관련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경우, 그 법령에 의해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결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먼저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적용해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므로 그 법령이 폐지된 경우에는 면소를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폐기된 법령 자체가 위헌·무효라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긴급조치 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며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폐지되기 이전에 이미 위헌·무효 였다"며 "이와 달리 유신헌법 53조에 근거를 둔 긴급조치 4호가 합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결은 모두 폐기한다"고 밝혔다.
 
추씨는 1974년 지인들에게 간첩선과 북한의 실생활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배포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4호 등 위반) 등으로 기소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추씨가 항소했으나 비상고등군법회은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추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추씨는 2009년 6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기소될 당시 추씨가 수사관들에게 불법체포된 뒤 감금 및 고문 등을 당했다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재심개시결정을 내린 뒤 "추씨의 유죄 근거가 됐던 긴급조치 4호는 위헌"이라며 추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긴급조치 4호에 대한 위헌·무효를 선언하면서 종래 유신헌법 하에서 이를 합헌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들을 폐기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법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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