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재벌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5월 한 달이 지나기 전이지만 이달에만 수십개 주요기업들의 비리 의혹을 검찰이 샅샅이 헤집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에 발맞추기라는 분석과 함께 '검란(檢亂)' 등으로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검찰이 명예회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CJ 압수수색, 재벌 사정의 신호탄?
CJ(001040)그룹에 대한 조세포탈 수사가 재벌 사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상 수사는 이미 지난달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특히 5월은 주요기업들의 '사정정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검찰의 수사 기세가 거세다.
검찰은 지난 6일 대리점 업주들에게 유제품을 강매한 혐의로
남양유업(003920)의 본사와 지점 사무실 등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전산자료와 이메일, 내부 보고서 등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검찰은,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삼일제약(000520)을 압수수색 했고, 지난 15일에는 '4대강 담합' 의혹과 관련해 현대건설, GS건설·SK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대림산업 등 건설사 20여곳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건설사 압수수색에 사상 최대인력인 200여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특히 수년간 수사망을 빠져나간 CJ그룹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지난 21일 탈세 의혹과 관련해 CJ그룹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튿날에는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제출받으려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CJ 소속 재무팀 직원들도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다. CJ의 탈세 혐의가 입증되면, 탈세자금의 흐름을 따라 CJ그룹 또는 이재현 회장의 불법 비자금 수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기업수사에 법원·검찰 '엄정한 법적용'
이 같은 검찰의 신속한 수사 속도와 내부 분위기를 보고 있자면 재벌 회장 등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이 사법부에서 검찰로 번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한 해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온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은 2심에서도 실형을,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기업 때리기'라는 재계의 비난, 수사 담당자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수사난항에도 검찰은 끝내 재벌 총수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새로 취임한 채동욱 검찰총장 역시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 일가와 사회지도층의 탈세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해야 한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취임 후에는 주례간부회의 때마다 "일선청에 공정거래조사부, 금융조세조사부, 반부패수사 전담부서 등의 증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재벌수사에 한치도 오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채 총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재벌·경제비리 엄단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런 검찰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22일 검찰의 국세청 압수수색이다. 기업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하면서 검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혐의와 함께 다음 수사대상이 어느 기업이라는 소문까지 업계에 돌고 있다. 여기에 지난 이명박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들 이름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수사인 CJ그룹 수사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지 여부는 기업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여기에 뉴스타파가 전날 조세회피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둔 주요기업 명단을 공개한 것은 검찰 수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제 첫 물꼬를 튼 재벌에 대한 검찰수사가 어디까지 전개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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