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서 경쟁에 방점을 찍고 본격적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그동안 언론과 일부에서 비판하던 안 의원에 대한 구애도 사라졌다. 그러나 '동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 16일 민주당은 광주에서 '광주선언'을 통해 "경쟁적 동지관계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국민의 명령이 있다면 당당히 껴안을 것"이라며 "새로운 민주당은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경쟁과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안 의원을 의식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사진제공=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주제가 돼야 어울리는 자리"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면 경쟁하고 동지적 관계가 확인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동지로 같이 갈 수도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에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에 대해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정치 발전을 앞당기는 길"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대표의 이런 입장은 앞선 3월 25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던 것과 매우 달라진 답변이다.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들도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한 평가가 날카로워졌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민주당을 비판하는 수준에 머무르면 정치적 한계 상황에 올 것"이라며 "비판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도 "민주당이 혁신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측과 연대나 협력의 관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안 의원과 거리를 뒀다.
신경민 최고위원도 지난 23일 "(안 의원이) 야권이라는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며 "민주당과 안 의원 모두 열심히 해 우리 역사와 정치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경쟁관계임을 강조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왈가왈부하기 그렇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내부 혁신으로 국민들께 신뢰를 얻으면 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24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안철수를 의식하는데 그렇게 의식할 필요 없다"며 "(안 의원의 행보가) 창당으로 갈 것으로 보지만 창당이란 게 그렇게 쉽지 않다"고 안 의원의 앞날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던 문재인 의원은 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에 대해 "정치 혁신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찬성입장을 보였다.
문 의원은 "신당 창당으로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 정치 외연이 넓어진다면 좋은 일"이라며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드는 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정당의 독과점 구조 속에 안주했던 측면이 있다. 그게 무너지면 경쟁이 이뤄져 혁신할 수 있으니 그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도 안철수 신당과 동지적 관계가 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끝내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힘을 분열시키지 않고 종래는 힘을 합해 같은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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