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개입 논란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의례적인 대변인 성명 외에 이렇다할 반응 없이 '꿀먹은 벙어리'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논란에 연계되는 것은 적극 차단하고 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국정원이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정치개입 활동을 한 것이 의혹의 핵심으로,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긴 침묵을 지키던 새누리당이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민 대변인은 “검찰은 국정원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박 대통령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관련됐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대선 기간 동안 국정원 직원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발각된 일이다.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유리하도록 경찰이 대선 직전 축소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의혹과 경찰 상부에서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확대됐다.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 시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 정부는 정당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27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역시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동안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PC에 담긴 정보를 삭제하는 등 파문은 연일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는 입을 닫으면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이슈를 애써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통일안보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미혼의 28세 여성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43시간 동안 감금당했다. 야당은 성폭행범이나 사용하는 수법으로 여직원의 주소를 알아냈다”며 지난 대선때 박근혜 당시 후보의 '여성 인권 유린'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이철우 의원은 역시 “검찰은 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한 불법 사항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이번 사건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계획한 일이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에서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이 새누리당과 연결돼 있고, 새누리당이 의혹을 꾸미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당이 개입해 편을 들게 하는 등의 행동은 없었다"며 “새누리당이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수세적으로 비쳐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반값 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을 작성한 의혹이 있는 국정원 직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직원의 민정수석실 근무는 박 대통령과 국정원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정치공작에 연루된 사람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정수석실에 근무한다면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이 신뢰할 만한 수사과정과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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