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4.1부동산대책 이후 호조세를 보이던 주택 시장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 약발이 떨어졌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4.1대책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던 세제 감면안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회성 진통제일 뿐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취득세·양도세 감면안에 가려진 진짜 특효약은 주택 공급 억제다.
차근차근 공급을 줄여 미분양 적체 등으로 흔하디 흔해진 주택을 귀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
◇유통기한 짧은 취득·양도세 감면..효과 한계
4.1대책이 발표되고 초점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취득세 감면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신규 주택 양도세 5년간 면제 등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세금과 유동성 확대에 맞춰졌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올해 말까지만 시행되는 한시적 혜택이다. 장기적으로 주택 거래시장 정상화에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시장은 4.1대책의 약발이 다한 분위기다. 대외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재건축 단지가 몰린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주 연속 이어갔지만 지난 주 보합으로 5월을 마무리했다.
집값보다 앞서 반응을 보였던 주택거래량도 이달 들어 소폭 감소했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던 4월 5950건의 주택 거래가 신고된 서울은 5월에는 5311건(29일 현재)이 신고됐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취득세·양도세 등 대부분의 내용이 한시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효가 오래간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면서 "4.1대책의 숨겨진 비장의 카드는 공급 조절 기능에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 시장 기능 회복제..주택 공급 억제
국토부는 4.1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서두에 주택공급물량을 시장상황과 수요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년간 7만가구 규모의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2만 가구로 줄이기로 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지구는 공급물량과 청약시기 등을 조정키로 했다. 대규모 반값 아파트 공급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지적을 받던 보금자리주택은 사실상 폐지시키고 분양보다 임대에 집중할 것임을 알렸다.
◇강남 보금자리주택 입주 현장(사진제공=한승수)
또 민간부문의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의무 착공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공급 지연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국토부는 빠른 수급 조정 안정을 위해 이를 빠르게 실행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 28일 민간주택 착공 연기사유를 확대하는 주택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다음 달 4일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가격이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리에 비춰볼 때 공급을 줄여 거래와 가격을 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은 이미 주택 감소 누적 중..전세난 만성화 증거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은 8만6942가구다. 2004년 20만5638가구가 입주한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입주물량은 올해 10만 가구선이 붕괴됐다.
이미 공급 감소가 누적된 상태로 전세시장에 뚜렷히 영향이 미치고 있다. 주택 공급 감소 누적에 전세난은 만성질환처럼 자리 잡았다. 살만한 전셋집 부족에 봄·가을 이사철만 되면 전세난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전국 평균 전세값은 2009년 2월 이후 4년2개월째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셋집 부족에 수도권 전셋값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집값과 가까워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수도권 전세가율은 57.1%다. 2003년 4월 57.8% 이후 최고치다. 서울은 56.2%로, 2002년 11월 56.3% 이후 가장 높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시장에는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적어도 대출 이자만큼 집값이 올라가지 못하고,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란 불안감에 거래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현재는 2000년대 중반 활황기 공급분과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주택 여유분이 충분해 거래시장이 침체했지만 공급이 부족해지면 시장은 그 원리에 맞춰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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