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안전 자산으로 각광받던 미국과 일본의 채권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향후 경기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국 국채의 변동성이 세계 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며 채권발 금융위기 리스크에 경계감을 보였다.
◇美·日 장기 국채금리 변동성↑..13개월래 최고점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16베이시스포인트(bp) 오른 2.16%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작년 4월 이후 최고치인 2.235%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향후 몇 달 간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를 보낼 경우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흐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일본 국채 시장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본 정부의 채권 시장 통제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점만이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93%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초 BOJ가 대규모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한 직후 0.45%까지 내렸던 금리는 약 두 달 사이에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美·日 국채 금리 추이(자료=investing.com, 뉴스토마토)
◇美경제, '도미노 효과' 직면..막대한 재정부채는 '독'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이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가까스로 회복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경제에 부정적인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준의 출구 전략을 기점으로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거 내다 팔 경우 미국의 국채 금리는 급격히 오르게 되고 이는 가까스로 회복하고 있는 미국 경제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채권 금리 상승은 시중금리와 기업채 금리를 끌어올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주택 대출의 부담을 가중시켜 주택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OECD 수석부총재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은 순조롭게 이행하기 어렵다"며 "이는 가파른 국채 금리 상승을 야기하고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을 견제하는 요인이다.
막대한 재정부채로 금리가 위험 수준을 조금이라도 상회할 경우 '재정 쇼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재정 부채 급등으로 인한 신용 등급 강등이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0일 "미 의회가 추가 부채 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채무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일본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일본의 국가 채무 비율은 이미 위험 수준을 뛰어 넘었지만 전체 국채의 60% 이상을 일본 내 금융기관이 보유하며 채권 발행을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는 230%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 이 비율이 24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일본의 국채 금리가 10bp 오를 때 마다 이자 부담이 1000억엔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본의 심각한 부채 상황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며 금융 시장의 불안이 쉽게 고조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 국채 금리가 1.5%만 상회해도 이자 부담이 급증해 재정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문제 국가로 꼽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4%대의 국채 금리에서 위기에 직면한 점을 감안한다면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OECD "자산버블 붕괴 가능성..신흥국에도 악재"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산 버블'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했던 미국 채권 시장에 극심한 거품이 끼어있고, 금리가 오를 경우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OECD 역시 자산 버블 붕괴의 후폭풍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OECD는 2012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낮은 금리는 경제 회복을 도왔지만 금융 시장의 버블을 야기했다"며 "연준이 조만간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채권 시장의 거품을 꺼뜨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부정적인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며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오랜시간 2%를 상회할 경우 연준은 10년전 시행했던 국채 대량 매도를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은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 금리 상승은 글로벌 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오를 경우 신흥국 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다시 미국 본토로 들어와 신흥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등 국제 금융 시장이 상당한 충격에 받을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한편 OECD는 일본에 대해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결정이 지연될 수록 일본의 국가 채무에 대한 부담은 가중된다"며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을 고민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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