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100일)불통인사로 국정운영 `휘청`
2013-06-03 11:30:00 2013-06-03 11:31:51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출범 초 100일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던 것 처럼 새 정부의 출범 100일은 국정운영뱡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위기관리를 무난하게 해왔다는 평가와 함께 인사실패와 정책혼선 등 지난 100일의 부끄러운 흔적들도 적지 않다. 뉴스토마토는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 새 정부 국정과제를 분야별로 점검했다. [편집자]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직 공무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까지 포함하면 총 12명에 달한다.
 
국무총리부터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많은 고위직 공무원 후보자들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대거 낙마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는 국정운영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2일만에 내각 구성이 마무리됐고, 신임 국무위원 18명이 모두 참석하는 첫 국무회의가 열리기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리는 등 파행을 겪었다.
 
◇고위직 인사파동에 국정운영 발목
 
'인사실패'는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오점으로 남았다. 인수위 시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도덕성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하면서 시작된 인사파동은 총 6명의 장·차관급 후보자들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유발했다.
 
박 대통령이 내건 '창조경제'의 상징적 인물로 크게 주목받았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지연과 자신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는 내정된 후 사흘만에 주식백지신탁 문제로 돌연 사퇴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었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공직을 떠났다. 또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에 휩싸였던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탈세의혹 논란 속에 사퇴했다.
 
여기에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후보자 논란을 일으킨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등 인사 문제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靑, 인사시스템 쇄신은 '말뿐'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인사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정부의 쇄신 의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청와대는 잇단 고위공직자 낙마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사과는 짤막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탓에 '17초 대독 사과'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후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인사파문에 대해 직접 사과를 했지만, 뒤늦은 사과에 국민의 여론은 냉랭할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방미 기간에 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정부의 쇄신 의지를 송두리째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박 대통령의 '인사불통과 수첩인사'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던 윤 전 대변인이 추문속에 전격 경질되자 청와대는 망연자실해졌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윤창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허태열 비서실장이 직접 고개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 역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박 대통령 독선적 리더십 '후유증'
 
새정부 초반의 큰 오점을 남긴 인사불통 사태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영범 건국대 교수는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인사문제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때문"이라며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스스로 공약을 수정하면서 많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일일이 다 지적하는 리더십은 모든 판단을 대통령에게만 의존하게 만든다"면서 박 대통령의 1인 주도형 리더십을 비판했다.
 
인사실패에 대응하는 청와대 비서진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고위공직자 낙마사태와 윤창중 사건으로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는 짤막한 사과 정도로 마무리해서는 해결이 안될 일"이라며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퇴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라는 제목의 책에서 "인사는 수첩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를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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