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0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프리카 경제외교에 나섰다.
에너지 관련 업계는 박 대통령과 이번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회동을 계기로 아프리카 자원외교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국내 종합상사나 광물탐사 기업 등 그동안 아프리카 진출이 부진했던 국내 에너지 관련 업계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 원유의 10%, 백금 90%, 망간 80%, 다이아몬드 60%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검은 대륙의 돌풍'으로 표현되는 연평균 6% 이상의 고성장도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플랜트 현장(사진제공=현대종합상사)
업계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정상들 간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아프리카의 천연자원 확보는 물론 관련 인프라 확충까지 '아프리카 패키지 딜'(관련 공사를 순차적으로 계약하는 형식)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북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패키지 딜'을 독식하다시피 해 국내 기업들이 진입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했다.
업계는 기회를 틈타 나이지리아,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을 중심으로 자원개발은 물론 관련 인프라까지 수주하는 '패키지 딜'에 집중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지리아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총 372억배럴의 세계 9위 원유 보유국으로, 서부아프리카의 대표 자원 수출국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거의 모든 원유광구에서는 천연가스도 같이 채굴되고 있어 광구의 가치가 매우 높다.
카메룬도 나이지리아 못지않은 자원 부국으로 원유·가스 매장량이 총 5억배럴에 달한다. 특히 업계는 카메룬의 천연광물 자원보다 수력 발전 등의 신재생 에너지에 주목한다. 카메룬의 수력발전 잠재력은 23GW로, 아프리카 2위며 열대우림이 전 국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임산바이모메스(목재), 바이오 가스 등 바이오 에너지가 풍부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오랜 내전 탓에 인프라 부재, 산업기반 와해 등 각종 어려움이 산재하고 있지만, 이같은 위험요소를 감안하고도 충분할 천연자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콩고는 합금 생성 시 필수 요소인 코발트 매장량 세계 1위다. 비중은 전 세계 매장량의 70%에 달한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역시 전 세계 매장량의 30%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아연 세계 11위, 철광석 세계 15위 등의 풍부한 광물자원 매장량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현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화까지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인프라, 산업시설 등은 아프리카 특유의 '패키지 딜'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이미 진출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의 자원 선점, 아프리카 특유의 배타적 민족성 등 넘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매장량에, 일부는 과대포장까지 거품이 끼어 있어 불확실성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자칫 허상만의 '신기루'를 쫓을 수 있다. 광맥이냐, 신기루냐는 결국 기업의 접근법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실세들이 '자원외교'에 집중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특히 왕차관으로 불리며 정권을 쥐락펴락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주도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은 주가조작의 배경이 됐으며, 미얀마 석유광구 개발사업 또한 '빈 광구'로 드러나 현재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성공적인 현지 정착과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화'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자원탐사 전문인력 양성 등 충분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 성과에 눈이 멀 경우 사업은 실패로 끝나기 쉽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기에다 아프리카 주민들의 경우, 자원개발 이익이 자신들의 수혜로 돌아가지 못한 경우가 빈번해 개발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지가 '현지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 지역인 니제르 델타(Niger Delta) 주의 와리(Warri) 지역 주민들의 경우 자신들의 터전이 유전개발로 황폐화 됐지만 주민들에게 이익은 전혀 없었다며 내전에 가까운 소요를 일으킨 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내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소위 돈이 되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현지 정보'를 기업들에게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진출 초기와 비교하면 국내기업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며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정상들의 만남을 계기로 '현지정보'와 '한국에 대한 이미지' 향상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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