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축구의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가운데)이 3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축구는 외부 조언을 받을 필요가 없다"
'독일 축구의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3일 방한했다.
베켄바워 명예회장은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만나 기자회견을 갖고, 독일 정부가 정 명예회장에게 수여한 독일 대십자 공로훈장(Commander's Cross of the Order of Merit)의 추천 이유와 양국 축구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 등을 설명했다.
베켄바워는 지난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독일 대표팀의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한 독일 축구의 상징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는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행정가로도 맹활약했다. 독일 내에서 별명이 '카이저(황제)'라는 사실이 그의 위상을 잘 드러낸다.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하지만 방한해서 기쁘다"며 말문을 연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독일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더불어 독일 축구는 최근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올라오며 새로운 세대가 부상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각 클럽들이 설립한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고, 대표팀도 그 선수들도 구성됐다.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 선수들도 아카데미를 통해 키워냈다. 5~7년 뒤에는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로 독일의 대표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켄바워는 한국 축구에 조언을 부탁하는 요청에 "한국 축구는 외부 조언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매번 진출할 정도로 강하다. 선수 개개인 모두 규율이 잘 갖춰져 있고, 경험도 많으며 열심히 한다. 분데스리가서 뛰는 선수도 잘 한다. 많은 클럽이 한국 선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냐"는 정 명예회장의 질문에는 "가능하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전세계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많은 선수들을 데려와 테스트를 진행한다. 절차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리고 답했다.
베켄바워 명예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독일 정부의 대십자 공로훈장 수상자로 추천한 이유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 당시 정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으로서 협력한 것을 고맙게 생각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두 명예회장의 대화와 취재진의 관심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상황으로 모아졌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서 내가 표를 행사해 훈장을 주는 것 아니냐"라고 농담을 건넸고, 베켄바워는 "비밀투표라 MJ(정 명예회장)가 어느 나라를 찍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베켄바워는 이날 주한 독일대사관이 주최하는 정 명예회장 훈장수여식과 만찬 등의 행사에 참석한 뒤 4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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