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좌), 최재원 부회장(우)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SK(003600) 그룹 총수 형제의 재판에서는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피고인들의 진술 번복이 잦았다.
'펀드 출자금'에 대해 '몰랐다'던 최태원 회장은 '알고 있었고', '혼자 했다'고 진술했던 최재원 부회장은 '방어막이 되려 거짓말을 했다'며 1심 진술을 항소심에서 뒤집었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항소심에서 "펀드출자금 선지급금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하는 것을 최 회장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회장님은 몰랐다'던 1심 진술을 바꿨다. 김 전 대표는 1심에서도 검찰 진술을 한 차례 변경했었다.
그는 1심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450억원을 송금하도록 지시했다는 검찰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며 "2008년 10월 말경 최 부회장의 요청으로 이자를 받고 자금을 대여한 것일 뿐"이라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제 이들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항소심 재판부에 넘어 왔다.
3일 열린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는 피고인들이 '1심때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 것과,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IB(성과급) 추가지급'과 관련 조모 전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에 대한 검찰측 증인신문이 끝난 이후에, 재판장은 "이 사건은 피고인도 변호인도 모두 자업자득이라 생각한다"며 "여기 있는 변호인들, 수사 초기에 관여한 변호인들 모두(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 스스로도 (거짓말)을 했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마음에 두고 재판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증인들이 (증인신문에서)무슨 생각을 하고 저런 말을 하는지,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어떤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혹시라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의도적인게 아니더라도, 혹여 증인이 위증하게끔 한다던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변호인에게 말했다.
이에 최 회장측 변호인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항소심 재판의 결과는 이르면 8월초, 늦으면 최 회장의 구속만료인일인 9월말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진술 번복'이 최 회장의 '책임 떠넘기기'인지, 방어권 행사를 위한 '필요적 거짓말'이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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