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우리나라 전통초상화의 멸실 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 차원의 화가 육성이 실시된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정·동상심의위원회, 한국얼굴연구소와 함께 '전통초상화가 작가 양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영·정조 시대의 조선초상화는 전신화(傳神畵), 즉 정신을 전해 받는 그림이라고 불린다. 겉모습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초상화 양식으로, 학계로부터 우리나라 고유의 독자적인 예술 양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초상화가 작가 양성 사업'은 전통 초상화의 양식과 기법을 전수하기 위해 3년에 걸쳐 우수한 인재를 선발·양성하는 사업이다.
이날 문화부 기자실에서 열린 작가 양성 사업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은 "영·정조 시대의 조선초상화는 일반 초상화의 수준을 넘어서서 전성기의 유럽 초상화와 쌍벽을 이루는 경지에 이른 그림이지만 현재 양식과 기법의 전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근대 사진술의 보급, 일본화풍과 서양화풍의 유입 등으로 조선초상화는 쇠퇴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 연구 외에 실제 작품 제작에 나설 화가가 길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개월 단위로 총 3년 간 진행될 이번 사업을 통해 앞으로 한국 전통 초상화를 책임질 5명의 인재를 양성해 한국 고유의 문화유전자 복원·보존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위인들의 동상과 영정이 무분별하게 난립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표준 영정·동상 심의제도도 마련한다.
올해 1차로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될 초상화 아카데미 수강희망자 선발 기준과 관련해 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은 "서양화법에 물들지 않고, 인문학적 교양과 탐구력이 있고, 사실적 묘사력과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며 "사업의 성패 반 정도는 얼마나 자질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분들이 많이 지원하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한민호 문화부 지역민족문화과장은 "사실 정부로서는 다소 모험적인 사업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는 전신화의 전통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면서 "예산은 1인당 1000만원씩 3년간 든다고 추산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무료로 진행하되 6개월 단위 평가를 진행하는 등 교육이수자를 엄격하게 관리할 예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초상화·인물화 특기자 선발은 학력, 연령, 성별에 제한 없이 영정화가로서의 소질과 재능, 적합성 여부를 기준으로 최대 5명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서류 접수 기간은 이달 14일부터 7월 20일까지이며, 실기전형과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가 정해진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교육 과정은 민두상·흉상 제작, 하도 작성, 착색상 제작 등으로 구성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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