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자명예훼손' 인정돼도 위자료는 청구 못해"
서울고법 "위자료는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적 고통만 보상"
2013-06-13 19:59:36 2013-06-13 20:02:28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명예훼손을 당한 사실이 인정돼도 이미 숨을 거둔 사람의 심정까지 헤아려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8부(재판장 배기열)는 13일 1950년대 국 복무 중 숨진 서모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권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금전적 배상을 통해 회복을 꾀하는 것으로 정신적 고통을 전제로하는데,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이미 사망한 본인의 정신적 고통을 관념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우리 민법은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해 사자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사자의 인격권은 손해배상청구나 정정보도 등 명예회복을 위한 각종 조치를 통해 직접적·간접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고인이 군복무 중 사고로 사망했음에도 월북했다고 처리해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나, 사망 후 명예훼손으로 인한 고인의 위자료 청구권은 법리상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955년 6월 입대한 서씨는 같은해 가을쯤 벌목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사망했으나, 국군은 서씨가 월북한 것으로 처리했다.
 
60년이 흐른 뒤 유족은 "국가가 고인이 월북한 것처럼 사실을 조작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2009년 광주고법은 "국가는 유족들에게 위자료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유족들은 고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받자 항소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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