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적립식펀드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계속 주가가 하락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당연히 기분이 안좋겠죠. 그런데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바라고, 떨어지는 주가를 기꺼이 즐기시고, 앞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시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주식은 상승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좋다고 하냐고요?
주식은 항상 주가가 상승해야만 수익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영원히 상승하지도 영원히 하락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계속 고점을 높여왔고요.
이런 주가의 변동성을 전제로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주가가 떨어졌다 오르는 것이 왜 유리한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적립식 투자'라는 말은 다들 익숙하시죠? 일정기간마다 일정금액을 나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투자방식을 말하는데, 일정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투자와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적립식 투자의 대표주자가 적립식 펀드이고요.
주가의 흐름은 4가지 경우로 살펴볼 수 있는데, 먼저 주가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 후 처음 투자했던 주가로 다시 돌아온 경우입니다.
이렇듯 주가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 후 처음 투자한 주가수준으로 돌아오더라도 적립식으로 투자를 했더니 16.69%라는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목돈 40만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0%겠죠.
매입수량을 보면 거치식으로는 400주를 샀을테지만 적립식으로는 67주가 더 많은 467주를 샀습니다. 이것이 바로 코스트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인데요.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매월 꾸준히 투자하면 주가가 낮을 때는 수량을 많이 사들이고,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사들이겠죠. 이런식으로 꾸준히 투자했을 때 주식의 평균 매입가격이 낮아져 수익률이 높아지는 걸 말합니다.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같은 코스트애버리지 효과를 꼽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주가가 상승했다 하락한 후 제자리로 돌아온 경우인데 이 때에도 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세번째는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한 경우로, 당연히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아래의 예시처럼 기준가격이 1000원에서 1600원까지 상승할 때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60%의 수익이 났을 겁니다.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은 26.78%이고요. 상승장에서는 거치식 투자가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한 경우인데 이때에는 적립식 투자라도 손실이 발생합니다. 기준가격이 1000원에서 400원까지 내려갔는데요. 거치식 투자였다면 60%의 손실이 났을테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하니 35.79%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적립식으로 투자할 때에는 계속 하락하다가 상승하면 가장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중간에 조정 후 상승해도 수익이 납니다. 계속 상승하는 경우에도 거치식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속 상승하다가 하락하거나, 계속 하락하는 경우 환매시점에 따라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주식시장이 내리기만 하는 건 아니니 만기연장으로 꾸준히 납입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겠죠.
상승장과 하락장에서는 거치식으로 투자하면 적립식에 비해 수익도 두 배, 손실도 두 배 정도 나는군요.
실제 투자 사례를 통해 볼까요?
2013년 6월17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889포인트입니다. 이와 비슷한 주가수준인 2008년 6월27일(1990포인트)부터 매월 10만원씩 적립식으로 신영마라톤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그 결과는 어떨까요?
이 기간 동안 주가지수는 1990포인트를 시작으로 892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2231포인트의 최고 고점을 찍은 다음 1889포인트까지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총 투자원금은 680만원이고, 2013년 6월17일 기준 평가금액은 865만2419원으로 수익률은 27.24%입니다. 같은기간 거치식으로 680만원을 투자한 경우 수익률은 20.85%로 집계됐습니다.
결과에서와 같이 적립식 펀드투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경우엔 어떨까요? 2011년 11월28일(1815포인트)부터 매월 10만원씩 투자한 경우, 총 투자원금은 190만원이고 2013년 6월17일 기준 평가금액은 208만8105원으로 수익률은 9.90%입니다.
같은기간 거치식으로 190만원을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23.94%입니다. 거치식 투자가 적립식 투자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냈네요.
주식시장이 하락한 경우도 보겠습니다. 2011년 4월20일(2169포인트)부터 매월 10만원씩 투자하면, 총 투자원금은 260만원이고 2013년 6월17일 기준 평가금액은 287만3546원으로 수익률은 10.52%입니다. 앞서 2011년 11월28일에 투자했을 때와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죠?
이 때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4.51%를 거두게 됩니다. 앞서 2011년 11월28일에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 23.94%와는 수익률이 20%가까이 차이가 나네요. 거치식 투자는 투자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적립식 투자는 투자시점 보다는 투자 이후 주가흐름이 투자성과를 좌우하게 됩니다. 5년정도의 장기성과를 보니 적립식이 더 우세했고요. 따라서 주가가 높을 때나 낮을 때나 쉬지 않고 일정금액을 투자해가는 것이 적립식펀드의 성공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주가가 오를 땐 수익이 거치식보다 좋지 않다고 불평하고, 주가가 내릴 땐 안전하다고 해서 믿고 투자했는데 손실이 났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주가가 오를 것을 안다면 적립식으로 뜸들이기보다는 거치식을 선택해야죠. 주가가 떨어질 것을 안다면 투자를 안하면 그뿐이고요. 하지만 과연 누가 이걸 알 수 있을까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가 등장했습니다. 적립식 투자는 파도처럼 움직이는 상승과 하락장을 즐기기만 해도 안전하게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해가면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