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행복주택에 대한 주민 반발이 소음, 악취, 건설비용 등 당초 거론 됐던 문제 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반대 주민들 사이에 시각 차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사업의 파급효과를 가늠할 만한 가시적인 자료도 부족해 사회적 합의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주민들의 반대는 강경하다. 인근에 행복주택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열린 공청회는 목동, 공릉지구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반쪽자리'에그치고 말았다.
목동, 공릉지구 일부 주민들은 행복주택에 전면 반대하고 있으며, 안산 고잔지구 주민들은 2006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된 안산 신길동 일대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잠실 탄천 유수지 인근에도 반대 주민들이 펼침막을 내걸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하는 사안들은 큰 문제 없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그리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 탄천유수지 인근 행복주택 반대 펼침막(사진=최봄이 기자)
주민들이 이토록 반대하는 것은 해당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반대 주민들이 강조하는 '주거 질 악화'도 결국 '집값'으로 연결된다.
주민들의 주장대로 인구과밀화로 인한 교통난, 학급난, 슬럼화 등이 가속화되면 부동산 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기존 임대료 시세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즉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이 유입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한 반대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이 주변지역에 미칠 파급효과과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주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반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신개념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시범지구 7곳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기업 등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원, 문화센터, 도서관 등을 설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 거주층인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은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송파지구 행복주택 개발 예시도(자료=국토교통부)
◇차별화·특화전략 '긍정적'..유지·관리 방안에도 신경 써야
전문가들 또한 행복주택이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차별화되는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행복주택은 과거 임대주택과 달리 상업·업무시설, 관공서 등과 함께 복합단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기존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에는 철도, 유수지 위에 호텔이나 상가, 주택을 지어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시장 교란 우려에 대해 임 팀장은 "일부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정부가 임대료를 더 올리는 대신 주거 바우처를 지급하는 보완책을 발표했다"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주택수요 진작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교육수준이 떨어지고 슬럼화가 된다는 일부 논리는 과도해 보인다"며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은 타격을 받겠지만 가시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함 센터장은 이어 "주민 반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복주택의 특화전략을 잘 실천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활기찬 오픈마켓(송파지구), 물과 문화 중심의 개발(목동지구), 녹지와 대학문화가 함께하는 공간(공릉지구) 등 지구별 특징들을 잘 살려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함 센터장은 "결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행복주택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주택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말고 유지·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 '신중론'..'시장 교란 불가피' 비판도
행복주택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득에 비해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층들을 위해서는 매우 좋은 정책"이라며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국가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이 인근에 대거 유입되면 기존 주민들이 반대하는 심리도 자연스럽다"며 "반대 주민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후속 대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수요자들이 행복주택에 몰리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자가주택 거주비율이 50%에 그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임대주택 시장의 교란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행복주택의 실체가 아직 불분명한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시행 주체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행복주택의 성공을 낙관하기도 어렵다"며 "대규모 개발식 임대주택 공급보다 직접적으로 임대료를 보조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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