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원전까지 가동을 멈추며 전력위기가 커지자 정부가 실내 냉방온도 제한 등 절전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쥐어짜기식 절전만 강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절전이나 발전소 증설 등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구축을 통해 전력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ESS는 남은 전력을 모았다가 전력수요가 큰 피크시간에 사용하는 개념으로 전력부하를 줄이는 장점이 있는데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전력을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념(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실제로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은 ESS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부터 공급전력의 2.25%에 대해 ESS 설치를 의무화했고 유럽도 2020년까지 태양광발전 시설의 12%를 ESS로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ESS 보급을 늘리기 위해 올해만 199억원의 예산을 들여 현재 1㎿h 수준인 ESS 보급규모를 최대 11㎿h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지난 2월 미국 XP(Xtreme Power)社와 함께 미국 텍사스의 전력기술상업센터가 주관한 스마트그리드 실증 프로젝트에 리튬이온 2차 전지를 기반으로 한 1㎿h급 ESS를 공급하기로 했다.
LG화학(051910)은 2010년 미국의 SCE社와 가정용 ESS 배터리를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에는 ABB社와 메가와트(㎿)급 ESS 배터리 공급계약 맺었다. 현대중공업(009540)도 지난 2009년부터 ESS 개발을 진행해 올해 중 가정용 ESS를 낼 계획이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전력용 ESS모듈(사진제공=삼성SDI)
그러나 ESS 보급을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5일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ESS 구축 과정에서 설치 용지 선정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수력을 이용한 양수발전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압축공기 발전은 각각 여의도 면적의 5배~50배에 달하는 용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IT와 결합한 전력 시스템 특유의 복잡성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에너지원별 성능 요구 수준이 달라 ESS 규격화와 표준화 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것인데 태양광, 수력,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과정이 다르면 저장·제어 소요도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뒤처진 ESS 보급을 늘리고 비용과 시스템 정비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산업 규모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ESS 보급은 걸음마 단계기 때문에 민간 경쟁체제 구축은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ESS 사업 초기에는 민간 기업을 지원해 산업 규모를 키우고 실증적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ESS 확대를 국책과제로 선정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ESS 규격화·표준화 방안과 인증 제도 등을 마련하고 기업 역시 제도개선 건의를 통해 경제성과 경쟁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전력수급 문제와 관련해 스마트그리드가 차세대 에너지 관리정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만큼 법률을 통해 ESS 보급을 돕겠다고 나섰다. 또 민간과 정부의 공동 노력도 주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2011년 5월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마련한 후 제도적 지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본격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기기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이 함께 확보돼야 하는 만큼 민·관 공동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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