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연중 할인을 하느니 차라리 제품가격을 내리는게 낫지 않나요?"
화장품 브랜드숍 할인 출혈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에 따라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화장품 가격 거품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생색내기용' 세일을 진행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어 업계도 고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숍의 출혈 마케팅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할인기간도 대폭 길어지고 할인율도 커지면서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2~3일간 반짝 진행한던 세일기간을 열흘 넘게 이어가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더페이스샵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무려 20일간의 빅세일을 선언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 5월 감사의 달을 맞아 10일 동안 최대 반값 할인을 진행했다.
◇더페이스샵은 6월 25일부터 20일간 50~20% '10주년 기념 Big Sale' 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페이스샵)
한달 중 거의 절반 가량 할인 판매를 하는 셈이니 세일 자체가 무의미해진 꼴이다.
여름 맞이 세일부터, 신제품 론칭 기념, 심지어는 매월 특정 일을 자사 브랜드 데이로 지정해 할인에 나서는 등 세일 명목도 갖가지일 뿐 아니라 기존 틀을 벗어난 독톡한 할인방식을 적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브랜드숍 세일 자유이용권' 도 등장했다. 엔프라니의 화장품 브랜드숍 '홀리카 홀리카' 는 쿠팡과 함께 전국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홀리카 홀리카 자유이용권' 을 45%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경쟁의 폐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바로 해당 업체들이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 타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인해 실적악화의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세일기간 동안 많게는 평소보다 3~5배 가량의 매출고를 올리지만 결국 실속을 따져보면 '빚 좋은 게살구' 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박리다매'란 말이 해당 업계에는 통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1% 증가한데 반해 영업이익은 36% 급감했다. 이 밖에 대부분 업체들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과도한 세일이 몰고온 파장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처럼 '제 살 깍아 먹기식' 경쟁이 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가화장품 업계의 도를 넘어선 할인경쟁이 전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업계에서의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 업체에서는 서로 네 탓 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너도 하니까 나도 할 수 밖에 없다' 식의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마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세일을 진행하다보니 이전보다 세일기간 깜짝매출 효과도 이제는 점차 약하되고 있는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 이라며 "그렇다고 세일을 안하자니 업계 경쟁에서 뒤떨어지니 안 할수도 없는 노릇" 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점주들이나 고객들도 다른 업체들도 하는데 왜 안하느냐 식의 문의도 많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세일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결국 업계에서도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나설수는 없는 당답한 상황이라는 대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실적부진을 만회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 발등을 찍어 동반하락 중인 화장품업계가 건강한 경쟁 구도 조성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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