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어떻게 한다는 거냐..김정일이 누구에게 이런말 듣겠나"
10.4 남북정상회담 외교·통일 참모들, 새누리 'NLL 포기' 주장 적극 반박
2013-07-01 16:57:08 2013-07-01 17:11:0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 외교·통일분야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1일 국회에서 유인태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회담 진실은'이라는 좌담회에서 새누리당의 '정상회담 대화록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우선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의 비밀을 해제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백종천 전 실장은 "국가기록원에 보장된 문서가 다른 기관에 보관된다면 그것은 당연히 국가기록물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며 "이 문건은 더군다나 남북정상이 한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향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걸 본다면 국가기록물로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말들을 했다. '자주한다는 것이 뭐냐. 어떻게 자주하는 거냐'는 말은 김정일 위원장이 어느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회담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진지하게 진행됐고, 노 전 대통령은 한자한자를 숙고하며 발언했다"며 "그것을 어마어마하게 폄하하고 반역으로 몰고가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가슴 아프고, 이게 나라인가 하는 참담한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재정 전 통일부 정관·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비서관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좌담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NLL 포기'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사진제공=민주당)
 
이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구상하며 한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NLL은 법률 문제도 아니고, 국제법상 문제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국민들 마음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손댈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지대를 만들어 전쟁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NLL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안보, 군사 지도 위에 경제 평화 지도를 덮자는 것"이라며 "잘 되면 다 해결되는 것이지만 해결이 안 되면 옛날로 되돌아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을 해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도 서해평화협력지대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가 아닌 김정일 위원장의 양보로 합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당시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께 '해주를 열면 우리가 덕 볼 게 뭐있나. 해주는 군사적으로 개미 한 마리도 못 들어오는 곳'이라며 불평불만을 털어놨다"며 "김 위원장이 국방위를 소집해 책임있는 장성급에게 물어본 후에 해주에 공업지구를 조성해도 된다고 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국가기밀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백 전 실장은 "정상회담 시간이 제한돼 원칙적 문제는 회담에서 제기하고, 그 다음에 북쪽이 참고해 남북경협에 응할 수 있는 세 개의 문건을 만들었다. 그것은 남북 경제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남북한의 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경제협력 과제, 그런 것에 대한 양측의 편익이 어떤 것이냐를 만들어 갔다"고 밝혔다.
 
이어 홍익표 의원은 "그것은 국가기밀도 아니고, 도리어 우리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요구했던 내용들이 80% 정도였다. 우리에게 이해 관계가 높았던 내용들"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BDA 사태는 미국 잘못'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이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틀린 말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박 전 비서관은 "2005년 9.19 공동성명 3일 전인 16일에 미국 재무성은 자기네 관보에 BDA가 북한 돈세탁하는 주요 구심 은행이라고 공표했다. 공동성명 채택 직후부터 북한이 '경제협력과 관계정상화하자면서 경제숨통 조인다'며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10월에 핵실험 했다"며 "결국 북미가 최초로 양자 회담을 베를린에서 진행해 2.13 합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그 당시 미국은 애국법 때문에 북한에 돈을 보내주고 싶어도, 보낼 수 없어 상당히 애를 먹다 미국 FRB까지 동원되고 러시아 은행기관의 협조를 받아 간신히 해결했다"며 "미국 정부가 제재를 취할 때 여러 선후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나중에 스스로 자기 조치에 발목 잡혀 1년 이상 9.19 성명이 지연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의 문제제기였다"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두둔했다.
 
이들은 아울러 NLL에 대한 냉정한 대응을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든 장관들이 국회에 나와서 하는 (NLL에 대한) 답변은 똑같다. '영토선'이라고 말하지 않고 '남북간의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한다"며 "사실상 영토선의 개념을 가지면서 해상경계선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어느 정부는 포기하고, 어느 정부는 피로 지켰다는 얘기는 일방적 자기 얘기"라고 최근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었다.
 
회담을 주최한 유인태 의원은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수석비서관들에게 '모든 것을 역사에 투명하게 남기자'고 했다. 수석들이 판공비를 어디에 썼는지도 기록에 남기자고 말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제가 골프친 것까지 다 기록관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보수라고 해도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까지 정쟁에 이용하는 것은 보수 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마 기록을 거의 안 남겼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나 남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한 부만 만들어 기록원에 보관하면 후임 대통령이 보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국정원에 한 부 더 만들어 보관하라고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하는데 보기 쉽게 하라고 편의를 봐준 것"이라며 "(대화록을 만든) 2007년 11월에는 다음 대통령이 누군지 거의 정해졌을 때다. 2007년 11월에 우리가 정권을 잡으리라고 대통령은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대화록에 문제가 될 발언이 있었으면 30년 동안 아무도 못 보게 꽁꽁 묶어두면 될 일을 한 부 더 만들어서 그런 편의를 봐줬겠나"며 새누리당 공세에 일침을 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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