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37년만에 무죄
재판부 "피고인들께 사과드리고 존경 표한다"
2013-07-03 12:01:11 2013-07-03 12:04:14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문익환 신부, 故윤보선 전 대통령이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형이 확정된지 37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8부(재판장 이규진)는 3일 김 전 대통령과 문 신부, 윤 전 대통령 등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16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의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위헌성은 말씀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문제가 많다"며 "범죄요건과 목적상 한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에 비춰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게 명백하므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무슨말로 재판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나. 인권을 위한 피고인들의 헌신과 고통이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많이 고생하셨다. 피고인들께 사과드리고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재판을 마친 뒤 감회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37년만이다. 말할 수 없이 감개무량하다. 남편은 돌아가셨지만 이 사실을 알면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 남편은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었고, 면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병실 창문은 비닐로 막혀 있어 밖을 볼 수도, 하늘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오늘 무죄 판결을 받아 대단히 기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과 문 신부, 윤 전 대통령 등은 1976년 3월1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기념미사에서 정부전복선동을 기도했다는 '3·1민주구국선언사건에 가담한 혐의(긴급조치 9호위반)로 기소돼 징역 8년에 자격정지 8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13명도 모두도 징역 3~4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기소돼 오늘 무죄를 선고 받은 이문영(87)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어려서는 일제시대를 성년이 돼서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을 겪었다"며 "권모와 술수에 진리로 대항해야 한다는 어려서부터의 신앙을 검증할 기회가 돼 참으로 마음이 든든해졌다"고 소회했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가 3일 37년만에 무죄로 확정됐다. 이날 재판에 참석했던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내려진 뒤 서울법원종합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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