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3주년)⑭오해와진실 - 진정 머니게임이었나
2013-07-04 16:00:00 2013-07-04 16:00:0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영화 <작전>을 보면 주인공이 주식시장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다음과 같이 묘사됩니다.
 
2000년대 초 벤처거품이 한창이던 때, 구직에 나섰으나 오라는 곳이 모두 시원치 않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가 접근해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인터넷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니 미리 주식을 사놓으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냐”는 질문에 “돈 벌지 않아도 돼. 사이트만 열면 알아서 투자자가 몰려와”라는 답변입니다. 주인공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제안을 수락했지만 상장 이후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그리고 선배를 포함한 회사 경영진은 미리 지분을 정리해 잠적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머니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머니게임이란 투자를 건전하게 돈 버는 작업이 아닌 일종의 게임을 하듯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실체가 없는 사업을 언론플레이와 투자설명회를 통해 뻥튀기하고, 투자금이 잔뜩 모이면 각종 편법을 통해 빼가는 식입니다.
 
◇ 영화 '작전' 한 장면 (사진제공=비단길)
 
◇쟁점1 - 대규모 투자금 유치는 정당했나
 
소셜커머스도 머니게임 논란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지난 기사(⑧티몬·쿠팡은 어떻게 투자를 유치했을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각 업체별로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탓입니다.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소셜커머스 사업모델이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나스닥 상장 등 갖가지 재료를 통해 자금조달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수익을 내면서 건전하게 성장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하나의 가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금 유치가 필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드는 사례가 바로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1994년 창업 이후 2002년까지 적자를 냈고, 심지어 그 누적적자가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임직원, 투자자 모두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고 사업에 몰두한 끝에 200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구글과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론 성과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말을 한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투자자들에게 가시적 실적지표를 내놓으며 결코 실체가 없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유수 업체에 투자를 진행했던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2011년에는 매달 수십%씩 거래액이 증가했으며, 단 한번도 하강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쟁점2 - 마케팅 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아울러 머니게임에 대한 또다른 논란은 대규모 영업비용에 대한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매달 수십억원의 광고물량전을 펼쳤습니다. IT기업이라면 마땅히 혁신과 연구개발에 돈을 써야 하는데 TV광고와 온라인광고에 집착하니 세간의 눈이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했습니다.
 
◇ 티켓몬스터 최초 TV광고 (사진제공=티켓몬스터)
 
얼마나 광고비가 많았냐면 2011년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집계한 100대 광고주에 위메프, 쿠팡, 티켓몬스터가 들어갔을 정도입니다. 아울러 이듬해 NHN(035420) 실적발표에서 온라인광고사업을 담당하던 임원이 “소셜커머스 기업들의 집행광고 여부가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소셜커머스 업계는 출혈경쟁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 유통사업 특성상 대체로 적절한 마케팅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광고는 철저히 회원수를 늘리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TV광고 또한 부정적 이미지 불식과 기업 이미지 개선, 제휴영업 등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 거래액, 회원수, 트래픽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광고의 힘이 컸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로 소셜마케팅이나 연구개발에 돈을 썼다면 오히려 외형성장 측면에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컸을 것입니다.
 
실제 마케팅 싸움에서 한발 물러난 위메프의 허민 대표조차 나중에는 “당시 오판을 했던 것 같다”며 “시장이 이렇게 클 줄 모르고 광고전쟁에서 소극적 태도로 선회한 게 경쟁사에 밀리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밝혔습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머니게임 논란이 일어난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영향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계 스스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좀 더 효율적으로 높이는 일련의 자정작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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