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향후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드러났다. 또 국토부·농림부·공정위 등은 턴키 입찰에서의 비리를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0일 국회가 지난 2월 요구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8년 6월 반대여론에 의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중단한 후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추후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2009년 6월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심지어 특정 컨소시엄으로부터 경부운하 설계자료를 제공받거나 4대강 준설과 보 설치계획 등에 대운하설계팀과 해당 컨소시엄에서 수립한 대운하 안을 활용하고 반영여부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운하추진을 위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라 2008년 12월에 수립한 4대강 계획에 비해 준설량과 보 설치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준설량은 당초 2.2억㎥에서 5.7억㎥로 늘었고, 소형 보 4개를 건설하려던 계획도 중대형 보 16개 설치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2009년 6월 낙동강의 최소수심(6.0m)과 사업 구간(하구→상주) 등이 대운하 안(최소수심 6.1m 등)과 유사하게 결정됐다.
<자료=감사원>
감사원은 이와 같이 추후 운하추진을 염두해 둔 준설량과 보 설치규모 확대로 인해 "최소수심 유지에 필요 이상의 관리비용이 소요되고 수질관리 등이 곤란해지는 등 향후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에서 정부 부처들이 담합 대응에 소홀하거나 방조하다시피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경우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대한 보안관리를 소홀하게 해 용역에 참여한 대형설계사들이 컨소시엄 소속 건설회사에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하기도 했다.
또 턴키담합을 인지하고도 준공을 서두르기 위해 2차 턴키공구의 수만 축소한 채 그대로 발주해 담합에 소홀히 대응했다. 이처럼 담합대응에 소홀함에 따라 경부운하를 추진하던 특정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담합이 초래됐다. 당시 담합으로 해당 건설사들은 총 13건, 금액으로 3조4000억원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낙찰률은 93.3%에 달했다.
이외에도 국토부와 농림부 소관의 2차 턴키공사와 환경부 소관의 총인처리시설공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21건을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5건은 들러리 입찰, 13건은 가격담합의 정황이 나타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아울러 이를 감독해야할 공정위의 경우도 사무처가 턴키담합에 대해 과징금 1561억원을 부과하고, 6개 업체를 고발해야 된다는 의견과 달리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규모를 1115억원으로 줄이고 고발을 배제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록물 관리법' 규정과 달리 회의록 등이 부실하게 작성돼 합의 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등 의결의 투명성과 신뢰성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공정위는 2009년 10월 건설회사들에 대한 현장직권조사를 실시한 후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도 타당한 사유 없이 지난해 3월까지 13개월 동안 사건의 추가 조사 및 처리를 중단하고 지난해 8월에야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감사결과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담합방지 노력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주의를 요구하고 사업목적이 불분명한 채 추진된 4대강 사업의 향후 활용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원장에게 담합사건 처리를 임의로 지연한 것에 대해 주의요구하고 전원회의 회의록 등을 관련 법령에 맞게 충실하게 작성하는 한편 부당한 공동행위가 의심되는 16건의 턴키공사에 대해 위반행위를 조사토록 통보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공정위 담합지연 처리 등 관련자들의 행위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시민단체로부터 이미 고발돼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검찰에 참고자료를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4대강 시설물의 유지관리계획 등 합리적인 활용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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