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논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입장. (이미지=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대한축구협회가 대한민국 축구와 대표팀 감독을 조롱해 파문을 일으킨 국가대표 출신 기성용(24·스완지시티)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내려 맹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발표 반나절이 지난 오후 11시에도 많은 축구 팬들은 협회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며 협회의 인터넷 공식 사이트를 통해 비난하는 글을 쏟는 모습이다.
협회는 10일 오전 부회장단과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열린 임원 회의를 통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문을 일으켰던 기성용의 징계에 대해 논의했다.
결국 협회는 회의를 거쳐 "본회는 국가대표선수 관리와 관련된 본회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드린다.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 선수는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해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내용의 협회 공식 입장을 이날 오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협회의 이번 결정이 국가대표 선수로의 책임을 저버린 선수에게 면죄부를 준 조치라며 협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협회가 공식 입장에 밝힌 '기량이 뛰어난 어린 선수'가 물의를 저지를 경우 처벌을 못 하도록 막을 선례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협회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립니까?", "실력만 있으면 모두 다 용서되는 게 한국 국가대표의 현실인가요", "감독을 욕하는 기성용이 국가대표 뽑히면 대표팀이 잘 돌아갈 지 의문", "협회 모습을 보며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징계가 정말 없다니 어이가 없네요", "단순 경고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다", "졸렬한 행정이 있기에 대한민국 축구는 어둡다", "허무하다" 등 협회의 '엄중경고'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기성용 경기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 기성용이 광고 모델로 나오는 물건도 절대 안 살 것", "기성용이 CF모델로 나오는 면도기를 불매할 것", "장시간 한혜진 팬이었는데 기성용 때문에 싫어졌다. 팬으로의 감정보다 나라의 기강과 사회 정의가 우선" 등 기성용에 대한 안티 게시물도 등장했다.
더불어 일부 누리꾼은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씨가 광주시축구협회장이자 협회 이사인 점을 거론하며 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이번 징계를 피했다고 여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팬들은 "아버님 당신이 더 대단한 분이네요~ ", "축구협회야 기라드님 아빠 무서웠쎄요?", "아버지 빽으로 처벌을 피하는 이번 사태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절망을 안긴 죄악이다. 창조경제 위배되는 불공정한 축구협회, 정부는 지원 끊어야 한다", "축구협회, 정말 하늘이 두렵지 않나요?" 등 원색적 비난을 잇따라 내놨다.
◇기성용 논란에 관련한 네티즌들의 게시물. (이미지=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반면 이번 축구협회의 결정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팬들의 의견도 소수 존재했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과 국위 선양을 위해 필요한 핵심 선수라는 사항이 요지다.
이러한 선처 의견을 가진 팬들은 "개인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 너무 크게 번졌다. 이렇게 마무리돼 다행", "선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자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축구협회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제 이 정도로 됐다", "어쨌든 단순 말실수 때문에 협회에서 징계까지 내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등 잘못은 했지만 징계의 부과는 과한 벌이란 뜻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안익수 성남 일화 감독은 지난 7일 오후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FC서울전 직전 취재진과 만나 "더이상의 기성용 얘기는 과거에 집착하는 일"이라며 "앞으로의 비전 제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항서 상무 감독은 10일 FA컵 16강 인천유나이티티드전을 앞두고 "최근 홍명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문제(SNS)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고 말하더라"라며 "홍 감독이 철저하게 기준을 세우고 확실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또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본회는 향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표선수로서의 책임과 소임을 다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대표팀 운영규정을 보완하는 등의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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