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차세대 스마트폰 '모토X'의 성공을 위해 무려 5억달러(한화 5677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미국에 투자한 마케팅 비용(4억1000만달러)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으로, 일각에선 이같은 구글의 전면 공세가 안드로이드 진영 내 자기시장잠식(카니벌라이제이션)으로 이어질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구글이 `모토X` 마케팅에 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쓰며 물량공세에 나선다고 전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월등히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 한동안 ‘유물’로 인식돼 온 모토로라의 이미지 변신을 주도할 방침이다.
이에 보조를 맞춰 미국 내 주요 이동통신사들도 모토X의 성공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AT&T와 버라이즌,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미국 4대 통신사는 올 가을 일제히 모토X를 출시한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달초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티저 광고 등이 공개돼 출시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구글과 모토로라가 자국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애국심 마케팅'이다. 지난 3일부터 모토로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미국 매체에 "당신이 디자인하고, 미국에서 만든다(Designed by you. Assembled in the USA)"는 문구를 실은 광고를 실었다.
모토로라는 광고문을 통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디자인, 설계, 조립까지 한 스마트폰이 나온다"며 "당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미국 최대 국경일 중 하나인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3일 구글이 미국 내 주요 언론사에 게재한 모토X 티저 광고.(사진=구글)
최근 모토로라는 미국 내 대표적인 제조기업들과 함께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추면서 미국 제조업 부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모든 생산시설을 중국 등으로 외주화한 애플과 극명한 대비를 나타낸다.
제품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대도 모토X의 강점 중 하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토X는 애플 아이폰5나 삼성전자 갤럭시S4, HTC '원'(One)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와 2년 약정하면 199달러, 약정 없이 살 경우 599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경고등이 켜진 것.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는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적극적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 내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형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시장 내에서 구축한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 등은 특정 제조업체의 히트 제품 한 두 개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안드로이드 진영 내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도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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