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2009년 이후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하이엔드'(High-End) 스마트폰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은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반면 고가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11일 증권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약 3억8000만대로, 지난해 기록한 3억4000만대에서 12%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89%, 2011년 59%, 2012년 26%의 출하량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반면 300달러(한화 33만원) 미만의 보급형 스마트폰은 유례 없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폰 시장도 당분간 외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본질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저가의 보급형 성장에 기인한다.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5억8200만대로 지난해보다 약 62% 급증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보급형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 2010년 53%의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2011년 70%, 지난해에는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전세계 고가 스마트폰(300달러 이상)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자료제공=하이투자증권)
해외 시장조사기관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캐너코드 제뉴이티는 10일(현지시각) "6월 고급형 스마트폰의 판매 성장세에 둔화 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애플과 삼성전자, HTC 등 대표적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고급형 스마트폰의 성장세 저하가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상승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중심축이 고가 프리미엄급에서 준프리미엄급,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침체와 이에 맞물려 신흥시장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특히 중국, 인도 등의 신흥시장에서는 저가 제품의 수요가 강하고, 플래그십 모델이나 고가 스마트폰은 점차 인기가 꺾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가 스마트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왼쪽부터 블랙베리, 애플 아이폰5, 삼성 갤럭시S4(사진제공=각 업체 홈페이지)
실제로 고가 스마트폰으로 높은 마진을 남겼던 제조사들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준프리미엄급 및 보급형 스마트폰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올해 300달러 이상 스마트폰의 판매비중 추정치가 97%에 달하는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웨지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블레어 애플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리포트를 통해 "애플이 기존 약 1억1500만대에 이르렀던 아이폰 생산량을 9000만대~1억만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감산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 출시 계획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오는 9월 보급형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아이폰5 출고가 대비 최소 38% 저렴한 제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고가 스마트폰 판매비중이 42%로 예상되는
삼성전자(005930)는 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제품군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15일 영국에서 15만원대의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영'과 '갤럭시 페임'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갤럭시S4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S4 미니'를 출시했다. 특히 갤럭시S4 미니는 국내에서 자급제폰 방식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이 37%로 예상되는
LG전자(066570)는 보급형 LTE 스마트폰인 'F시리즈'와 'L시리즈'를 유럽, 미국, 중남미 시장에 출시했다.
고가 스마트폰 판매비중이 24%로 낮은 편인 HTC도 지난달 19만원대의 저가 스마트폰 '디자이어 200'을 출시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필두로 고가 스마트폰에 치중했던 대형 제조사들이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고가 스마트폰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이익을 낸 만큼 그 타격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무선사업부 혼자서 영업익의 7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JP모간 보고서 하나에 주가가 내리 급락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더 이상 혁신이 존재치 않으면서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열광이 식었고, 이는 그간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하던 대형 제조사들의 앞길에 그늘을 드리운 것과 같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급형의 경우 마진율이 고가 스마트폰에 비해 턱없이 낮아 라인업 강화를 통한 정책 전환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LG전자 역시 위험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내달 미국 뉴욕에서 공개할 'G2'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하반기 실적의 명운이 G2에 걸려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다만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다 비슷한 시기 갤럭시노트3, 아이폰5S 등 대작들도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 한국을 대표하는 두 스마트폰 제조사의 아슬한 외줄타기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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