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최재원 부회장(오른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SK(003600)그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됐지만 여전히 베일속에 가려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자신을 '묻지마 회장님'으로 칭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16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재판부가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의 이야기에 강하게 반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데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김 전 고문은)자칭 '묻지마 회장님'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칭한다면서, 지시하면 듣고 일러주는 대로 해야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김 전 고문이 대화하면서 (김 전 고문과 나와의)두 사람간 거래라고 강조한다. 그건 1심 재판의 논점이 아닌데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김 전 고문이 (1심공판)조서를 받아다 보는 걸로 아는데, 모르는 척을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간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지난해 7월 2일이다. 앞선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이 시기에 1심 재판을 받다 보석 결정을 받아 석방됐는데, 최재원 부회장으로부터 휴대폰을 받았고, 그 전화기로 김 전 고문으로부터 전화가 여러차례 걸려 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미래를 보고 조절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이 '김 전 고문이 안 일어날 일도 일어나게 할 거 같았나'라고 묻자 김 전 대표는 "그렇게 소문을 들었고 형제도 그렇게 생각하는거 같아서 무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최 부회장은 올해에도 김 전 고문을 해외에서 수차례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 부회장은 "지난 12일에도 대만에서 김 전 고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과정에서의 변론 방향에도 김 전 고문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SK측은 최 부회장이 김 전 고문을 만난 것에 대해 "김 전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재판에 참석할 것을 설득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면서 김 전 고문이 재판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최 회장측은 지난 4월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으나 김 전 고문은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오후 2시에 다음기일을 열고 '녹취록'과 IB(성과급) 추가 지급 관련 부분에 대한 심리를 보충해 진행한 다음, 일정이 마무리 되면 공판을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새로 선임된 최태원 회장 측 변호인이 '한 기일을 더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에, 23일이나 법원 휴정기간인 29일~8월3일에 공판기일이 더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일단 최 회장 측 변호인은 22일까지 그동안의 주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공현 대표 변호사(64·사법연수원 3기)를 새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가 이날 법정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철회할 것은 철회하겠다"고 말한 만큼, 최 회장 측 입장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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