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SK(003600)그룹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최재원 부회장간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의 신빙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는 이날 공판에서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과의 대화가 녹음된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최 부회장 측에 따르면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2011년 12월8일, 최 부회장이 검찰 2차 소환조사때 '송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직후다.
녹음내용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너는 450억(송금) 언제 알았느냐"고 최 부회장에게 물었고, 최 부회장은 "검찰 내사 받으면서 알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전 고문이 "국세청 조사받을 때는 몰랐느냐"고 묻자 "전혀 모르는 얘기고, 관심 없었다. 내사 때 알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고문은 최 부회장에게 "자기(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단독(으로 한 일)인데 죽을일 밖에 더 있나. 너희 둘을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는거지, 자기가 살아야지. 사람으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지. 말이 안되는데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 전 대표를 탓하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 녹취록이 그날(2011년 12월8일) 녹음한 건지, 아니면 나중에 녹음했다가 그날 녹음한거라고 주장하는건지 의문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중에 녹음한 걸 그날 했다고 하는 거면 녹음파일의 성격과 목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거고, 그날 녹음한 내용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화"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1심 재판 내내 최 회장 형제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도 최 회장 형제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대화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고문에게 신통력과 선견지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7월8일 김 전 고문이 이런 대화를 한 것과 지금 이 시점은 1년 가까이 시간 차이가 있는데, 김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최 회장 형제를 물고 늘어질 거라는 걸 예상하고 이런 대화를 했단는 건가"라며 녹음파일의 신빙성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화 중간에 최 부회장은 '(김 전 대표가)차근차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이야기하니까 제가 말한 것은 '어, 그래' 이 정도였다. (450억 송금을)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듣는 동안 피고인 석에 앉아 있던 김 전 대표는 소리내어 눈물을 흘렸다. 앞선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최 부회장을 마음으로 믿고 따랐는데, 녹취록에서 김 전 고문과 저에 대해 말하는 내용을 보고 나니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공현 대표 변호사(64·사법연수원 3기)를 새롭게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전날 선임계를 법원에 냈다. 이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관 등을 두루 거쳤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변호사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철회할 것은 철회하겠다. 현재로선는 최 회장의 음성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시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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