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투수'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전반기 막바지 상황은?
2013-07-17 10:38:39 2013-07-17 10:41:47
◇2013시즌 프로야구 외국인선수 19명 현황. (자료참고=한국야구위원회(KBO))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반환점을 앞둔 국내 프로야구에서 첫 외국인선수 퇴출 사례가 나왔다. 지난 4월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허벅지부상을 당한 이후 두 달쯤 못 뛰던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개릿 올슨이다. 결국 올슨은 '1승1패, 평균자책점 6.38'의 초라한 투구 기록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외국인 선수의 공헌은 팀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활약 여부가 팀에게 매우 중요하다. 거액을 들여 어렵게 데려온 선수라도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바꾸는 이유다.
 
올해 국내 9개 프로야구단이 뽑은 외국인선수 19명(NC다이노스 3명, 기타 각 2명)은 모조리 투수다. 정교함과 장타를 골고루 갖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탓에 타자 대신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다만 외국인 선수 영입 시행 이후로 투수 영입만 이뤄진 해는 올해가 최초다. 그렇다면 시즌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한국을 무대로 공을 던지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상은 어떨까.
 
◇구관이 명관? 검증된 용병..니퍼트·리즈·옥스프링·유먼 등
 
올시즌 외국인 선수 19명 중에는 이미 한국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퇴출된 올슨과 달리 두산의 3년차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팀의 에이스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빅리그 출신인 니퍼트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시속 161㎞의 빠른 직구를 던진 적도 있지만, 한국 리그에 적응하면서부터는 투심과 싱커 계열의 구종 비중을 높이고 직구 구속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기교파 피칭을 매우 깔끔하게 선보이며 상대 타선를 눌렀다.
 
5월에는 1승2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5월 외에는 매번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시즌 9승4패, 평균자책점 3.64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이 7위팀 SK와 1경기 차이였던 아슬아슬한 6위팀 시절 6연패를 끊은 투수도 니퍼트였다.
 
롯데 2년차인 쉐인 유먼도 18경기에 나서 9승3패의 빼어난 성적이다. 유먼의 QS(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실점 이하) 기록은 14경기로, 올해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많고 비율로도 가장 높다. 특히 선두 삼성과 붙은 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사자 사냥꾼'으로 급부상했고, '동남라이벌' NC와의 경기에서도 19⅓이닝을 던지며 1실점하는 탁월한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 2007~2008시즌 LG의 에이스로 뛰다 5년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크리스 옥스프링(롯데)은 팔꿈치 수술을 극복한 노력파 투수다.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했지만, 지난 4월18일 넥센 히어로즈전 패배 이후로는 82일 연속 무패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18경기에 나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36의 좋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 3년차인 LG 레다메스 리즈(19경기 출전 6승7패, 평균자책점 3.13, QS 13회)와 한화 바티스타(17경기 출전 5승6패, 평균자책점 4.25, QS 6회) 등도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쉐인 유먼.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지난해 믿고 계약을 했건만 올해는 왜?..넥센과 KIA에 근심을 주는 용병
 
넥센과 KIA는 올시즌 외국인 선수 두 명 모두 지난해 활약하던 외국인 투수를 선택했다. 지난해 활약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넥센과 KIA의 외국인 4명은 팀에 적잖은 근심을 안기고 있다. 4점대의 높은 평균자책점과 내용이 나쁜 투구는 '과연 지난해 그 선수가 맞나?' 생각될 정도로 실망스럽다.
 
KIA 개막전의 선발로 나선 헨리 소사는 8승4패로 다승 부문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올시즌 평균자책점이 4.50으로 빼어나지 못하며 들쭉날쭉한 제구로 고전했다. 심지어 8승도 타선의 지원을 받은 상태에 하위권 팀을 공략해(한화 3승, NC 1승, 두산 1승, 넥센 1승, LG 2승) 쌓았다. LG전 2승도 LG가 부진하던 4~5월에 기록했다. 상위권 팀을 만나면 고전했다.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던 지난해와 달리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KIA의 우완 앤서니 르루도 힘겨운 시즌이다. 지난해 11승13패1세이브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올시즌 3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선발로 전환하기 위해서 퓨처스리그에 내려가 노력하고 있다. 구단과 팬들은 선발로 돌아가 부활할 앤서니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올해 한국 5년차인 넥센의 나이트는 18경기에 등판해 6승7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다. 올해 18경기동안 QS는 9번뿐이었다. 나이트는 삼성에서 뛰던 2009~2010시즌 빠른 직구로 승부했지만 직구가 느려지자 자신의 주무기로 싱커를 장착하며 호투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싱커도 위력을 발휘 못하고 있다. 대량실점이 잦아지고 위기관리능력도 꽤 떨어진 이유다.
 
동료 나이트와 지난시즌 27승을 합작했던 밴헤켄도 올해 7승6패로 부진하다. 지난 5월까지는 나름 쓸만했지만, 6월에 3패를 하더니 지난 5일에는 2⅔이닝 동안 LG에게 7안타를 맞고 5점을 줬다.
 
◇게릿 올슨. (사진제공=두산베어스)
 
◇"결국 갈아야 하나?" 계륵 전락한 외국인 선수
 
올해 새로 한국 땅을 밟은 선수는 물론 지난해 빼어난 성적을 보인 선수일 지라도 '용병' 개념의 외국인 선수는 기량이 떨어지면 과감히 퇴출하고 다른 선수로 바꾸는 결정을 한다. 다만 교체를 결정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 과정이 따른다. '지금 외국인 선수에 비해서 나은' 선수를 골라야 하지만 그 작업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공공연하게 '퇴출 대상'으로 거론돼오던 개릿 올슨이 16일자로 퇴출되며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외국인 선수에 모두 만족하는 구단은 NC와 롯데 뿐이란 현실에서 교체 가능성은 어느 팀이건 활짝 열려있다.
 
'메이저야구'를 강조하는 이만수 감독이 지휘봉을 쥔 SK는 올시즌 초반만해도 레이예스와 세든이 좋은 투구를 보이며 기대가 컸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기 운용을 하면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39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세든은 7승5패, 평균자책점 2.50로 아직까지는 무난한 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최근 부진이 심상찮다.
 
선두를 달리는 삼성도 외국인 선수로 골치다. 로드리게스와 밴덴헐크의 올해 승수가 합산 6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합산 24경기에 등판해 QS도 9회에 달할 정도로 경기내용 또한 나쁘다. 게다가 로드리게스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꼴찌' 한화의 다나 이브랜드는 승리에 비해 패배가 훨씬 많고(2승8패) 경기 내용도 나빠 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좋은 성적은 아니나 팀의 타선 지원 등에 비춰봤을 때 그럭저럭 성과를 내는 바티스타와 달리 이브랜드는 팀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즌 초반의 '2패, 평균자책점 7.79'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한 것이 다행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썼던 주키치의 올해 평균자책점은 5.70. 지난해 후반기 떨어진 구위를 올해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2군에 다녀온 후로도 부진이 계속 이어지는 점에서 LG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NC다이노스의 'ACE트리오'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인 아담 윌크(왼쪽 위), 찰리 쉬렉(오른쪽), 에릭 헤커(왼쪽 아래). (사진제공=NC다이노스)
 
◇잘 나가는 NC 용병3총사..팀 선발의 든든한 축 'ACE트리오'
 
올해 1군에 처음 모습을 보인 NC는 다른 구단에 비해서 외국인 선수 1명을 추가 영입할 특혜를 받았다. 이에 NC는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보다는 젊고 가능성있는 투수를 3명 뽑았다. NC의 선택은 현재까지 성공으로 평가된다.
 
NC의 외국인 선수는 이름(아담 윌크·찰리 쉬렉·에릭 헤커) 이니셜을 따 'ACE트리오'라고 부른다. 이들 ACE트리오는 시즌 초반에는 '이름만 ACE'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팬들과 구단 관계자의 주름살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이들은 한국 리그에 적응하면서 빼어난 경기 운용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NC는 이재학과 손민학을 합친 선발의 평균자책점이 3.58로 리그 1위다. 한화가 예상외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기도 하지만 유력한 꼴찌로 꼽히던 NC가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좋은 외국인 선수 때문이란 평이 우세하다.
 
ACE트리오에서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단연 찰리 쉬렉이다. 찰리는 17경기서 110⅓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으로 승수는 아직 6승(3패)에 불과하지만, 평균자책점은 올시즌 3위에 올랐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는 만큼, 올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찰리 정도는 아니지만 아담과 에릭 또한 NC의 오뉴월 돌풍을 이끈 주요 동력이다. 아담 윌크는 평균자책점이 4.01로 다소 높긴 하나, 8번의 QS를 써냈다. 아담은 11일 경기에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고 호투를 펼쳤지만 팀타선의 부진으로 패했던 경기 등 다소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범경기 당시부터 상대적으로 찰리와 아담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투수로 평가돼왔던 에릭은 실제 2승6패, 평균자책점 4.48로 예상에 부합(?)했다. 다만 지난 12일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8회까지 108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호투를 펼치는 등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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