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걸쳐 '특허전쟁'을 벌여온 IT업계 공룡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전을 일단락 짓기 위해 지난 1년여간 물밑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달 초 공개한 삼성전자와 애플 관련 문건에 따르면, 양사는 '포괄적 크로스 라이센싱(cross-licensing)'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가 올 2월 결국 최종 타협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특허, 바운스백 등 애플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들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 2011년 4월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애플 아이폰3와 삼성 갤럭시S.(사진=각 업체 홈페이지)
지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문건과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해 여름부터 특허소송에 대한 물밑 협상(private negotiations)을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ITC 문건에 따르면 애플이 삼성에 협상을 제안하고 나선 시점은 지난해 8월로, 공교롭게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이 삼성에 패소 판결을 내렸던 시점이다. 당시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10억5000만달러(1조3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기된 특허소송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포괄적 크로스 라이센싱을 애플에 제안했으나 올 2월 협상은 결국 파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올 3월 미국 북부연방지법 재판부는 삼성이 애플에 물어야 할 배상금 확정액을 초기보다 절반 가까이 줄인 5억950만달러(6500억원)으로 발표했다. 동시에 배상액 판정이 잘못됐다고 판단된 5000억원 규모 특허에 대해 새로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 6월 미국 ITC는 애플 일부 제품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제작, 미국으로 수입되는 AT&T 전용으로 출시된 아이폰4와 아이패드, 일부 구형 모델을 수입 금지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전 세계 법원에서 삼성과 애플의 전세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답보상태에 빠져 들자, 전문가들은 삼성과 애플이 상호 의존성이 높은 관계인 만큼 특허소송으로 인한 영업상의 결별은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2년을 넘는 기간 동안 지리하게 진행되면서 적잖은 비용과 역량이 소모됐던 특허소송을 멈추고 싶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비즈니스는 항상 유리한 포지션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소송보다 타협이 유리한 상황이라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애플의 경우 삼성이 보유한 통신 분야 표준특허를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등의 라이센스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배상액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등 불확실성을 한시 빨리 제거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삼성이 협상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었다면 애플은 삼성을 라이벌로 끌어올린 특허전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라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다 특허전을 바라보는 시장의 부정적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밥 오도넬(Bob O'Donnell) 연구원은 "두 회사는 고전적인 공생관계에 있다"며 "애플은 삼성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특정 부분에 있어서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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