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하청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지난 21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대표들이 원청인 삼성전자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자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 산하에 대형노조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
이가운데 협력사 사장들이 직접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 측 입장을 대변하며 나서자 그간 문제를 제기했던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노조 출범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노조를 발 아래 묶어둬 원청인 삼성으로까지 불똥이 튀이지 않게 하기 위한 속내 아니냐는 지적이다.
22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전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경영자 생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대해 의문을 표명했다. 협력사 사장들이 논란 전면에 등장하게 된 배후에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장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와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편파적 시각에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나섰을 뿐이며, 이 과정에서 원청인 삼성전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대표 50여명은 21일 경총회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 정치권의 위장도급, 불법 하청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자신들은 '바지' 사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삼성 측이 배후에 서서 협력회사 사장들을 인위적으로 동원하려고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소속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려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책위의 기자간담회 장소가 경총회관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통상 경총회관이 특정 하청기업에게 간담회를 열도록 행사장을 지원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중소기업 대표들이 경총회관 대관을 직접 주도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열렸던 대회의실은 대체로 강연이나 공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곳으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반 기업체가 장소를 대관한 사례는 제가 알기로는 없다"며 "이번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책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근로자 지위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주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대책위가 직접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사실상 법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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