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위기의 '해운업', 기댈 언덕이 절실하다!
고유가·저운임·공급과잉 3중고에 '유동성 위기' 심각
"경쟁국들 시장지배력 강화중..정부, 공격적 지원 나서야"
2013-07-23 18:06:11 2013-07-23 18:09:2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운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국내 3, 4위 해운사인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시장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연합전선을 구축,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살아남는 국내선사가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국적선사의 역할은 막대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 움직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위기에 놓인 국내 해운업계 상황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국내 해운업이 총체적인 난관에 직면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다. 유가는 치솟는데 운임 인상은 쉽지 않고, 선박공급 과잉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날이 갈수록 적자규모는 커지는데 회사채 상환일은 점점 다가온다. 10위권 이내 자력으로 버티는 해운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해운강국으로, 지난해 기준 31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였다. 해양 및 항만산업 39개 업종에서 50만명을 고용해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급이 철저히 무너지면서 운임 하락, 유가 급등, 유동성 부족 등 3중고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만을 탓하기에는 심각함의 정도가 남다르다. 생존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3중고로 인한 적자폭 확대..유동성 지원 절실
 
올 상반기 평균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전년 동기 대비 10.5% 하락한 843.4로, 1999년 지수 발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운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생각하는 2500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료=클락슨,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 와중에 전 세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6%, 565% 급증했다. 물동량이 소폭 오르고 있다지만, 선복량 증가율이 이를 훨씬 상회해 선박 과잉 공급 해결은 요원하기만 한 상태다.
 
또 최근 2~3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가 이산화탄소 총량 규제 제도인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채택을 의무화하면서 해운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이중에서도 해운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이었다.
 
업계 1위 한진해운(117930)을 비롯해 현대상선(011200), STX팬오션(028670), SK해운, 대한해운(005880)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모두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업황이 부진했다. 적자폭은 늘어만 가는데 회사채 상환 시기는 점점 다가오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기준 국내 해운업계 부채 총계는 41조1749억원으로, 2008년 8003억원에 비해 무려 50배 이상 급증했다.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선사만 2008년 이후 80여곳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2년간 새로운 선박 발주는 꿈도 못꾸고 있다. 가격이 저렴할 때 미리 선박을 발주해 호황기를 준비해야 하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는커녕 당장 고비를 넘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정부 지원, 타이밍과 추진력이 관건"
 
업계에서는 현 시점이 정부 지원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원 규모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적재적소에 지원이 투입돼야 그 효과 또한 배가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해운업 지원을 위해 회사채 신속 인수제를 비롯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기대만 한껏 부풀려놓고 기업들 애만 태우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회사채 신속 인수제만 하더라도 지원 규모와 시기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의 입장이 서로 달라 합의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다.
 
◇해운업계는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해운사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해운보증기금도 올해 안에 설립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해운보증기금은 해운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때 보증을 서줌으로써 선사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현재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해운사로서는 가장 절실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 유관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가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1000억원의 예산을 신청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조원의 기금이 필요한데 1000억원의 예산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연비가 높은 에코십 등을 발주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에 선박금융 62억달러를 지원했다. 머스크는 이 돈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개발은행 선박대출센터를 설립해 해운업 등에 131억달러를, 중국 수출입은행은 자국 중견 해운사에 1억6000만달러의 유동성을 편성하는 등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미 마련돼 있는 지원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가 정부 지원의 핵심은 타이밍과 추진력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좀 공격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해운사 선박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박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중소 해운사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지난해 이후 거의 운영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일부 해운사는 내년말 기금 운영 기간이 만료돼 돈을 빌린 선박펀드로부터 배를 되사야 한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해운사들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는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안정적인 선박금융 제도를 마련해 해운사들이 유동성에 대한 불안 없이 사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년처럼 해운업이 깊은 침체기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회복 사이클로 돌아설 때까지 기댈 만한 버팀목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해양인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해운업이 발달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의 보유 선박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운용할 인력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들이 보유한 외항상선은 1990년 455척에서 지난해 1045척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해양대 등 해사대학 정원은 850명에서 750명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오는 2020년에는 약 5500명의 해기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됐다.
 
때문에 해운사들은 외국 인력으로 이를 충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 기간산업을 견인해 나갈 인력이 제 때 양성되지 못하면서 고용의 길도 막혔다.
 
특히 영국과 일본의 경우 해양인력 감소가 해운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해 국내 해운사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에서는 국공립대학 정원 축소 정책에 예외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시름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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