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 혐의를 두고 2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김기영) 심리로 진행된 박 회장의 5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박 회장은 금호P&B화학의 등기이사로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팀장 명의로 28억원을 빌려 개인채무 상환을 위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박 회장이 금호P&B 화학 등기이사이면서 이사회의 승인 없이 대출을 승인했고, 아들 박 팀장은 변제능력도 없었으며, 돈을 빌려 주면서도 적정한 이자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박 회장에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상법 398조는 '이사와 회사간의 거래에서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박 회장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날 박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등기이사의 배임 혐의 부분에서는 박 회장을 돈을 빌린 주체로 판단하면서 변제능력이 없다는 부분에서는 박 팀장을 거론하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호 P&B가 돈을 빌려준 주체는 박 팀장이라며, 박 회장이 자신이 돈을 빌리기 위해 이사회의 승인이 없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겉으로는 박 팀장이 계열사에서 금전을 차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박 회장이 아들을 통해서 확보한 자금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늘린 것"이라고 맞받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아들 명의로 돈을 빌린 이유는 자신이 돈을 빌리면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라며 "박 회장이 박 팀장의 대리인으로서 주식을 관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모 금호석화 자금담당 상무는 이날 법정에 나와 "금호 P&B가 돈을 빌려준 주체는 박 회장이 아닌 박 팀장이었으며, 박 팀장은 빌려간 돈을 모두 갚아 회사가 입은 손해는 없고, 금호 P&B 입장에서는 예금 이자 2%보다 높은 이자(6%)를 박 팀장에게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 측은 박 회장이 금호석화 울산공장 고무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설고무'를 서울화인테크에 싼값에 매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설고무는 고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폐기물은 아니지만 가공 과정을 통해 타이어 제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다.
검찰은 서울화인테크가 금호석화 울산공장에서 설고무를 1kg 당 50원에 매입한 뒤 이를 1kg에 450~600원에 판매했고, 박 회장이 이 과정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설고무는 부산물이고 매출도 미미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릴 생각은 안한다"며 "금호석화 여수공장의 설고무 가격과 비교해도 서울화인테크에 판매한 대금 50원은 싼 가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울산공장 설고무의 질이 여수공장 것보다 좋다는 것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며 "금호석화가 서울화인테크에 특혜에 가까운 가격으로 설고무를 판매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미심쩍게 판단하고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권모 전(前) 금호석화 울산공장 업무지원팀장에게 "50원에 판매한 설고무가 가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450~600원에 재판매되는 게 적절한가"라고 물었다.
권 전 팀장은 "공장에서 한달에 생산되는 설고무가 4~5톤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폐기물에 가까운 설고무를 빨리 처분하고 싶어한다"며 판매가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법원이 검찰에 내린 증거자료 열람·등사결정을 검찰이 거부하고 있다"며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확인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앞서 용산 참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검찰이 계속해서 거부 입장을 보이면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의 정보 수집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라며 "변호인 측이 요청한 자료 중 95%는 이미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회장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에서 열린다.
◇서울남부지법(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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