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사진제공=SBS CNBC)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이대호를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빅보이' 이대호(31·오릭스 버팔로스)가 13년 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 중 처음으로 퇴장을 명받았다. 소속팀의 감독인 모리와키 히로시(53) 감독도 평생 처음으로 퇴장 처분을 받았다.
이대호는 28일 일본 사이타마 도코로자와의 세이부 돔에서 벌어진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원정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6회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세이부의 우완 투수 기시 다카유키의 원바운드로 떨어진 커브에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대호는 이때 삼진이 아닌 파울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렇지만 주심은 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모리와키 감독이 더그아웃을 나와서 이대호에게 "이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고 타일러 벤치로 들어가려 했지만 이대호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불만을 계속 밝혔다.
이에 니시모토 구심은 이대호를 향해 퇴장을 명했다. 이대호가 자신의 눈을 가리키는 등의 항의를 이어가자 심판 모욕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더그아웃서 통역에게 내용을 전달받은 이대호는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으로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이대호의 퇴장 명령에 모리와키 감독은 바로 주심의 가슴팍을 밀었고, 주심은 모리와키 감독에게도 퇴장할 것을 명했다. 구단의 4번타자와 감독의 동반 퇴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코칭스태프 전원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모리와키 감독은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잘 알려진 명 감독이다. 이때문에 선수 시절에도 퇴장 경험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대호를 위해 퇴장당할 것을 불사하며 심판에 항의했다. 이는 이대호의 확고한 팀 내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후쿠라 준이치 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마친 오릭스는 0-7 영봉패를 당했다. 시즌 성적은 41승43패3무. 이번에도 5할 승률로 올라설 기회를 날렸다. 2타수 무안타 1볼넷 상태에서 퇴장당한 이대호의 시즌 타율은 3할2푼2리(323타수 104안타)로 소폭 하락했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29일 '충격적인 퇴장극이 펼쳐졌다'며 전날 있었던 오릭스 경기 퇴장 상황과 모리와키 감독의 코멘트를 상세히 전했다. 닛칸스포츠나 산케이스포츠 등 다수의 스포츠 전문지도 이날 퇴장에 대해 보도했다.
모리와키 감독은 "내 역할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과 함께 선수를 지키는 것"이라며 "퇴장당한 이대호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내 퇴장보다 이대호의 퇴장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오릭스 구단은 이대호의 퇴장 상황 분석을 위해서 비디오 정밀 검증을 거칠 계획이지만 심판 판정에 다시 항의할 지는 아직 미정이다. 퇴장 당한 이대호는 이날 취재진을 향해 "오늘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겼다.
한편 이대호에게 퇴장 판정을 내린 니시모토 구심은 과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이승엽의 홈런을 누 공과로 무효처리해 2군 심판으로 강등된 건으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선수들과의 악연이 계속되고 있는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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