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표류하던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천신만고 끝에 재개됐지만 종국에는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의 기소로 확인된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국정조사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는 28일 ▲NLL 공방 자제 ▲국정원 기관보고가 파행된 7월26일 국조특위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것에 대한 신기남 위원장의 유감 표명 ▲7월29일 증인·참고인 채택, 청문회 일정 등 의결 ▲국정원 기관보고 8월5일 사실상 비공개로 실시 ▲증인·참고인 청문회 8월7~8일 실시 ▲8월12일 국조 결과보고서 채택 등에 합의했다.
이에 29일 오후 국회에선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중단됐던 국조특위가 재개됐다. 회의는 전날 합의했던 사항들을 표결 없이 가결해 향후 일정을 확정한 뒤 산회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야의 행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특히 새누리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먼저 지난 26일 국정원 기관보고가 파행된 이유는 새누리당이 비공개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불참한 탓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조 파행 및 야당 단독 진행에 대해 신기남 위원장이 29일 재개된 국조특위 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해 책임을 떠안았다.
또 다음 달 7일과 8일에 출석할 증인·참고인에 대해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으면서 추후 간사 간 협의에 맡기기로 하고 일정만 확정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생각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청문회장에 부르려면 당사자에게 일주일 전에는 통보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합의를 안 해주고 이달 말까지만 버티면 속절없이 수포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핑계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새누리당의 몽니에 가까운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초반부터 제척, 귀태, NLL 대화록 실종 등 갖가지 이유로 파행을 거듭하던 국조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의 열기가 나날이 고조되고 있지만 29일부터 8월5일까지 또 한 번의 '개점휴업'에 들어가 질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위원들이 휴식을 할때 민주당 위원들은 경찰청 현장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8월5일 국정원 기관보고가 사실상 비공개로 재개되는 것도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국정원장 인사말, 간부소개, 여야 간사 등 총 4인의 기조발언 10분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하는 것은 "공개와 비공개를 결합했다"는 여야 간사의 설명과 달리 "사실상 비공개"나 다름없다.
물론 새누리당이 그간 보였던 시간끌기 등의 모습에 국정조사판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양보라고도 볼 수 있다.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조라는 옥동자를 지키기 위한,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한 이유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이러한 전개방향으로 볼 때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의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진 것은 자명해 보인다.
8월15일로 예정된 국조 종료일을 사흘 앞둔 8월12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키로 한 것도 미진한 조사를 위한 국조 기간의 연장은 없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자칫 여야가 상이한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새누리당이 빠진 채 민주당 단독의 반쪽짜리 보고서가 채택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관측도 제기된다.
'버티고 버틴' 새누리당에 민주당이 '울며 겨자먹기'하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는 국정조사가 제기된 의혹들을 명백히 해소하게 해주는 '옥동자'를 낳을지, 정부여당에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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