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바이오헬스 유동성 점검)②파멥신, 자금조달 위기에…임상 완주 '물음표'
현금 고갈에 R&D 비용 축소…긴축 경영 본격화
관리종목 지정 '발등에 불'…업계, 자금조달 여력에 '관심'
키트루다 병용 임상2상 시료 확보 마친 상태…임상 진행 가능
2023-03-21 07:00:00 2023-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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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처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 기술적 가치를 앞세워 투자금을 끌어모았는데, 최근 주가 하락과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가 잇따르며 유동성 압박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대체 자금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금난이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IB토마토>는 코로나19 시기 주목받았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올해로 상장 15년차를 맞은 국내 1세대 바이오기업 파멥신(208340)이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바이오 시장의 냉각기가 길어지면서 적기에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거듭된 외부 자금 조달로 최대주주 지분 희석 부담이 따라붙은 탓에 신주를 발행하거나 증권을 찍어내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파멥신은 일부 신약 연구개발(R&D) 임상 비용을 줄이며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파멥신 본사. (사진=파멥신)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파멥신은 최근 핵심 후보물질인 ‘올린베시맙’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병용 임상1b상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mTNBC) 환자 11명, 재발성 교모세포종(rGBM)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해당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미국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전체 용량군(12,16mg/kg)에서 용량제한독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고용량(16mg/kg)군에서 50% 객관적 반응률(ORR)과 67%의 질병통제율(DCR)을 보이며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재발성 교모세포종 또한 전체 용량군(12,16mg/kg)에서 용량제한독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내약성이 확인됐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미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2021년 12월 첫 환자 등록 후 호주 4개 기관에서 환자 모집을 지속하고 있다. 파멥신은 “현재 진행 중인 병용 임상2상에서 더 많은 환자에서 유효성 결과가 확보된다면 키트루다와 함께 기존 치료제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올해 안으로 관련 학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상 결과 긍정적이나…일부 주주 "자금력 우려돼"
 
올린베시맙+키트루다 병용요법은 1b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주주들 사이에서는 임상을 앞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간 파멥신의 보유 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향후 발생할 막대한 임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파멥신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0억원으로 전년(378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채권과 유동금융자산 등 1년 안에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해도 204억원에 그친다. 이는 전년(417억원)보다 51.1% 감소하고, 2020년(1003억원) 대비해선 80% 줄어든 수치다.
 
파멥신은 R&D 지출을 축소하며 긴축 경영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R&D로 지출한 비용은 189억원 정도로 전년(335억원) 대비 43.6% 줄였다.
 
 
 
이 같은 긴축 경영에도 업계는 파멥신이 기술이전(L/O) 성과 없이는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별도의 수익 기반 없이 신약 개발만 매진하다 보니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파멥신의 최근 3년(2020~2022년)간 총매출액은 약 3억원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R&D 비용(702억원)에 현저히 적다.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 만료된 지 2년…고심 깊어지는 경영진
 
수년간 우려가 제기돼 왔던 관리종목 주의보도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끝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법차손) 비율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적용받는데, 2018년 11월 상장한 파멥신의 경우 2021년 유예가 끝났다.
 
파멥신의 법차손 비율은 2020년 67.11%, 2021년 86.49%, 2022년 123.22%로 3년 연속 50%를 초과했다.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올해는 법차손 비율을 반드시 50% 아래로 내려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파멥신은 올해 당장 법차손 자체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기자본을 늘려야 50%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가용 현금이 쪼그라든 파멥신으로선 보유 자산만으로 관리종목 지정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유상증자·증권 발행 등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파멥신의 주가가 꾸준히 하락해왔다는 점 △최대주주인 유진산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주식발행을 수반하는 외부 자금조달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으로 행사가능 주식수가 219만2501주(8.5%)로 불어나 지분 희석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최대주주인 유 대표의 지분율은 5.23%로 특수관계인 4인을 포함해도 7.76%에 불과하다. 2018년 말 기준 최대주주 지분율(19.61%)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다만 파멥신은 올린베시맙+키트루다의 임상2상 초기 자원은 준비가 됐기 때문에 당장 임상 자금 여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임상 과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요인은 '시료 생산'인데, 2상에 필요한 시료는 이미 준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향후 임상을 이어가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금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멥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벤처펀드의 투자로 설립된 항체치료제 개발기업이다. 당시 올린베시맙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업계에 이름을 알린 파멥신은 2018년 11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 이후 회사의 기업가치는 4083억원에 이르렀으며, 코로나19 등으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났던 2020년에는 3개월 만에 주가가 180% 이상 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침체와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파멥신의 시가총액은 10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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