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증권맨들의 자살 소식이 올해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실적 압박이 직원들의 무리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게 된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증권맨 자살 건수만 5건 안팎이다.
A증권 경남 양산지점 부장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B증권사에서 근무하던 인턴은 실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C증권 지점 차장은 고객들의 돈을 모아 1년여 동안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투자손실이 발생,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같은 극단적 사건들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어느 직업이나 스트레스 받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증권업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면서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고액 연봉을 보장하기 때문에 선망의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괴로움을 토로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실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파는 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약정 수수료를 실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거래 횟수가 많을수록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일선 직원 입장에서는 무리한 투자로 인한 손실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올해처럼 좀처럼 수익을 내기 힘든 장세에서는 그 스트레스 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투자자들의 심리위축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2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인 2008년 8월 4조8691억원 이후 최저치다.
이 때문에 증권사 수익의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던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가 줄게 되자 영업 독려에 나서게됐고, 직원들은 더욱 강도가 세진 실적 압박을 느껴야 했다.
심지어 떨어지는 실적을 메꾸기 위해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수수료 실적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증권사 강남지점 관계자는 "회사에서 정해 놓은 실적 목표치를 채우려면 하루에 억 단위를 매매해야 한다"며 "그러나 요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가 일반화되면서 이 목표량을 채우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직원들의 심리상태 안정을 위해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과 부문을 추가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의식 수준 제고를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외에 특별한 방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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