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 두고 갈등 증폭..상용화 늦어지나
지상파, 미래부에 유료방송 중심 정책 반대 의견서
이경재 "도입 신중해야" 미래부와 '엇박자'
2013-08-02 16:24:19 2013-08-02 16:27:19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초고화질(UHD) 방송을 두고 각 주체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유료방송-지상파 간의 힘겨루기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사이에도 심상치 않은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UHD TV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신중론을 들고 나오면서 UHD 상용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2일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미래부가 추진하고 있는 UHD TV 추진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는 "미래부의 유료방송 중심 UHD 방송 논의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하며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 전략'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미래부에 제출했다.
 
UHD는 기존 풀(Full) 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 차세대 방송기술이다.
  
미래부는 지난 6월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케이블TV는 2014년, 위성은 2015년부터 UHD TV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달 17일 UHD TV 시험방송을 개시했다.
 
이날 케이블 UHD 시범방송 행사에 참석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케이블 UHD 시범방송은 UHD 방송 시청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우리나라가 HD에 이어 세계 방송 시장을 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UHD 콘텐츠 제작과 기술 개발, 표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일하게 UHD 콘텐츠 제작능력을 갖춘 사업자는 지상파"라며 "지상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 언급도 없고 UHD 가용 주파수 확보도 담보하고 있지 않아 그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조아름기자)
 
지상파 4사는 지난달 30일 공동 의견서를 내고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에서 UHD 방송이 우선 실시되어야 UHD 콘텐츠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려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며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를 배제한 미래부의 차세대 방송 로드맵이 열차 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민의 보편적 정보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펴면서 지불 능력이 있는 대상만 기술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는 과거 유료방송 전용채널을 중심으로 추진했다가 결국 실패의 쓴 맛을 봤던 3D 방송의 케이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UHD TV수상기의 보급, 방송 플랫폼의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한 UHD 콘텐츠의 공급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UHD 도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도 "UHD TV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현실 생태계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래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미래부에서 UHD TV를 도입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는데 방통위하고도 상의했으면 좋을 뻔했다"고 미래부에 대한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UHD의 핵심은 콘텐츠라고 강조하며 "누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정치적 분위기에서 총대를 메고 갈거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의 80%는 지상파가 만든 것"이라며 "케이블에서 시험방송을 시작했지만 콘텐츠가 없다면 전국적으로 상용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다녀온 미국 출장을 언급하며 "디즈니와 타임워너도 UHD TV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며 "당분간 미국에서도 UHD TV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UHD TV 논란은 주파수 문제까지 얽혀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TV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위해 700㎒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번달 중 700㎒ 주파수 용도결정을 위한 공동 전담연구반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경재 위원장은 이에 대해 "700㎒ 주파수를 방통위가 끝까지 갖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창조경제에 이익이 나는 쪽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방통위 내에 '친방송'으로 분류되는 상임위원들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
 
UHD 방송를 둘러싼 상반된 입장이 부딪히면서 곤란하게 된 쪽은 사업자들이다. 특히 시험방송을 진행 중인 케이블 사업자들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반응이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다"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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