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시민단체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3일 청계광장에서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에 이어 열렸다.
'시국회의' 촛불집회는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의 주최측 추산 1만5000명(경찰 추산 3000명)에 비해 훨씬 많은 3만명(경찰 추산 4000명)이 참석해 더 높은 참여열기를 보였다.
아직 당 차원에서의 '시국회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민주당이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행사 끝까지 촛불을 들고 행사장을 지켰다.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날 촛불집회에서 '시국회의' 측은 "국정원과 경찰이 대선결과에 영향을 미친 치명적인 암세포가 발생했다. 이대로 두면 선거제도가 죽는다"며 "암세포를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피해자는 문재인 의원이 아니라 누구를 찍든 선거의 공정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시민들"이라며 "촛불집회는 대선불복이 아닌 대선개입 불복"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한광범 기자)
민주화를위한교수연합회 소속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민주화 이후 우리사회에 금지됐던 군부의 정치개입과 국정원 정치농단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 무너지고 있다"며 "국민의 분노만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국회의'는 네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시국회의'는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 특위 위원 전원 교체 ▲국정조사 기간의 전면적 연장 ▲특검을 통한 '대화록 실종' 진상 규명 ▲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의 국조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민주당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은 8월3일, 바로 오늘이 지나면 국정조사를 깡그리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해서 휴가를 간 것"이라며 "전략적 꼼수인 악마의 휴가"라고 맹비난했다.
(사진=한광범 기자)
그는 자신을 '신강경파'의 보스로 칭한 보수언론의 보도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 의원은 "저를 계파의 보스로 만들어준 보수언론에 감사하다. 보스가 모르는 계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역시 이간질 중이다. 정당이라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해야 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당 중앙과 청와대 뜻에 따라 이간질을 일삼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외쳤다. 또 "대통령은 침묵할 권리가 없다"며 "국민들이 요구하면 진심과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침묵을 비판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원세훈이 노골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박근혜캠프와 새누리당의 책임이 없냐"며 "당당하다면 당장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모든 야권이 똘똘뭉쳐 오만불손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연계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국정원 국정조사는 대선개입이라는 떼강도를 잡고 떼강도의 몸통을 여러분과 함께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광범 기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이 조금 늦게 나옸다. 민주당은 '장외'가 아닌 '민심의 현장'에 나온 것"이라며 "어렵게 나왔기에 쉽게 들어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대선불복' 주장과 관련해 "선거결과를 바꿀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없다. 억울하고 분통 터지지만 선거결과를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불법과 부정, 헌정질서를 유린한 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여왕이 아닌 대통령을 뽑았다. 박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의 여왕 같다"며 "해변의 여인 코스프레를 할 때가 아니다"고 여야 극한 대치 속에서 휴가지에서 사진을 올린 박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었다.
(사진=한광범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처음 참석한 이날 '시국회의' 촛불집회에서는 방청석의 일부 시민들의 발언을 제외하고는 이전 집회에서 자주 나오던 '하야'·'탄핵' 등의 초강경 발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대선불복' 프레임을 밀고 나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입장을 배려한 주최측의 배려로 보인다.
'시국회의'측은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6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10만 명이 모이도록 하자"며 시민들의 참석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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