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국내 시중은행들이 건설,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다음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구조조정 명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차 때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제 코가 석자`
채권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부터 걱정이다.
◇ 채권은행, 2차 옥석가리기 돌입
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건설, 조선사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2일 2차 구조조정 대상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2차 구조조정 대상은 94개 건설사와 4개 조선사 등 모두 98개 업체로, 이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기준은 다음달 초순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번 작업에는 1차 때보다 좀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차 평가 대상기업들이 시공능력 101~300위 건설사 등으로 구성된 만큼 중견업체들을 리스트에 올려놨던 1차 때와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
그럼에도 퇴출 또는 워크아웃 수순을 밟게될 기업은 1차 때보다 늘어날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업체들이 평가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 `BIS 비율 때문에..`
여기에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이 BIS 비율 하락을 우려해 '몸사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채권은행들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일 채권은행들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대주건설과 C&중공업의 퇴출을 공식 발표하고 경남기업 등 11개 건설사, 대한조선 등 3개 건설사 등 모두 14곳에 C등급을 매겨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공능력 상위 100위 이내 92개 건설사와 20개 중소 조선사 등 모두 112개 업체를 평가했지만 이중 구조조정 대상이 16곳에 그친 것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C, D 등급을 받은 업체가 늘어날수록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정상여신의 경우 대출금의 0.85% 수준의 충당금을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여신은 7~19%, 고정이하여신은 20~40%, 회수의문여신은 90%까지 충당금 부담이 불어나게 된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BIS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범위가 늘어날수록 은행들 입장에서는 BIS 비율 하락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칼자루를 은행 손에 쥐어주긴 했지만,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본확충펀드는 계륵?
이에 정부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으라며 은행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마뜩찮은 눈치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었지만 세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같은 계획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채권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BIS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구조조정에 따라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BIS 하락분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겠다고 나선 곳은 올 1월 현재 우리은행, 기업은행, 광주은행, 전남은행, 전북은행, 농협, 수협 등에 불과하다. 호남의 지방은행을 제외하면 정부가 대주주로 있거나 국책 금융기관의 성격을 띤 곳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권 간섭에 대한 우려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같은 입장을 감안해 우선주, 상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우선주 등을 사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자본확충펀드는 여전히 '계륵'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원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1차 지원은 5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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