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영상(CCTV)'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녹화영상이 공개되면 게임은 끝난다"며 무죄에 자신감을 내보인데 대해, 검찰은 "우리 생각은 그 반대"라며 유죄를 입증한 준비가 돼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만간 127분간의 녹화영상 화면을 변호인 측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과 변호인 간의 정밀 분석이 끝나면 재판부는 핵심 장면들 중심으로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거친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은 "인터넷을 찾아 '불법 댓글' 활동을 한 걸 밝혀달라고 고소했는데, 경찰은 노트북과 하드디스크만 보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이 없다고 발표해 여론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인터넷 기록을 다 보고도 노트북만 발표한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은 디지털증거분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직접 보고받으며 상황을 챙겼다"며 "분석결과를 사실대로 발표할 경우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 여부를 감지하고 국정원 사건의 의혹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수사 절차는 적법했고, 수사결과는 객관적 사실대로 발표됐다"며 "김 전 청장이 경찰청장이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분석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특정 후보에 유·불리 여부를 따지지 않고 분석결과가 나오는대로 분석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며 "만약 김 전 청장이 수사결과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로 고발당했을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노트북을 임의 제출받을 당시의 조건대로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 게시글'에 대해서만 확인한 것이지 범위를 제한한 것이 아니다"며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업무와 관련된 글이 일부 발견됐다'는 정도의 보고만 받았지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30일에는 오전 10시부터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하루종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 대선 전에 국정원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수서경찰서에 외압을 넣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김 전 청장의 재판에 직접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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