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외풍 막고자 안간힘"..외풍 정체 뭔가
청와대와 인사갈등설, 4대강 청부 감사 반발설 등 논란 확대
2013-08-26 15:06:47 2013-08-26 15:10:17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겨둔 양건 감사원장(사진)이 26일 자진 사퇴했다. 양 원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청와대와의 갈등설,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비록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지킬 수 없는 상황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면서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직무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외풍을 막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양 원장이 말한 '외풍'과 관련해선 양 원장이 청와대로부터 인사 압력 및 감사 외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인사 압력설은 청와대가 김인철 전 감사위원 후임으로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 장훈 중앙대 교수를 임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양 원장이 이에 맞서 사퇴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양 원장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역임했던 장 교수가 임명될 경우 이임사에서 감사원의 "영혼"이라고까지 강조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압설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용"이었다는 3차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 당시 양 원장과 청와대가 갈등을 빚었다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반발했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내용대로 4대강 사업 담합에 국한해 감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용이었다는 것을 포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이에 갈등이 빚어졌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양 원장은 "4대강 감사는 박근혜 정부 비위 맞추기"라는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의 사퇴 요구 및 거센 질타를 받았다.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은 양 원장 사퇴 논란에 대해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소신 있고 당당하게 행동을 못 하고 자리에 연연해서 권력에 굴신하는 모습을 보여서 감사원의 권위나 신뢰를 떨어뜨린 양 원장이 스스로 이런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제가 볼 때 지금 청와대 입장이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다 바꾼다는 기조로 보인다"면서 "자신의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양 원장이 퇴진 계기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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