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라며 재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 위원장은 29일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최한 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어떤 행위를 하지 말라는 부작위 내지는 규범의 차원인 반면 경제활성화는 규제 철폐나 작위의 문제"라며 "이 둘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이를 상충관계나 선택의 문제로 볼 사항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재계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10대 재벌그룹 총수와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회동을 통해 '상법 개정을 물리고 경제활성화에 초점 둔 정책'을 편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는 박근혜정부가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이와 관련, 경제민주화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이 저해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노 위원장은 "재계와 일부언론 등에서 경제활성화가 시급하므로 경제민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성장과 사회정의 구현이 기본적으로 상충관계나 선후관계에 있다는 전제 아래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경제성장과 사회정의 구현은 상충관계가 아닌 상보관계이며 사회정의가 구현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경제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특히 "상위계층에 집중된 '부'는 대부분 '지대 추구'와 관련돼 있다"며 "지대 추구는 부를 창출한 대가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노력에 의해 창출된 부 가운데 자신의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몫을 차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유인과 보수체계를 왜곡시켜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또 "지대추구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낙수효과를 기대하여 대기업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낙수효과도 한계에 다달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 위원장은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유형별로 추진속도나 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두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며 "경제적 약자가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불공정행태를 규제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가 어렵거나 좋거나를 가리지 않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경제민주화는 자금이 소요되고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기나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민주화 입법과 정책 초점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돼 있는 만큼 공정위 행보 역시 이른바 '속도조절론'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발언이다.
노 위원장은 실제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 추진 목쇠가 나오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도입범위와 부작용 방지장치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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