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규모의 열세에 놓인 외국계 시중은행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영업 기반이 약화되고 외화조달의 강점도 희석되면서 외국계 시중은행들의 규모는 향후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초저금리 시대의 진입으로 수익 구조가 열악해지면서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익스포저(위험노출)를 최소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소매금융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행태를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휘청거릴 때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는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도 점점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5~6%대를 줄곧 유지하던 SC은행의 대출금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로 하락했다. 씨티은행도 4%대에서 3%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국내 5개 시중은행의 대출금 시장 점유율이 90%대 초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금 시장 점유율>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입지가 점차 줄어들다 보니 이자 수익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SC은행의 이자수익 규모는 지난해 2분기 1조6044억원이었으나 올 2분기 1조2283억원을 기록하며 23.4% 감소했다. 올 2분기 이자수익은 2011년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씨티은행의 지난 2분기 이자수익은 1조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문박 L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00년대 중후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전략적으로 긴축했던 부분들이 최근 금융업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를 제외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위기 이후에 극심했던 부진을 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영업환경이 악화된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리차드 힐 SC 은행장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후 "단기적으로는 SC은행을 비롯한 은행권 실적 전반에 부담을 주는 역풍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계은행의 보수적인 영업 행태가 오히려 국내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익스포저 최소화 전략은 수익성 안정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외형 경쟁에서는 점차 수세에 몰리게 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은행이 아닌 이상 금융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리테일 뱅킹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며 "영업 기반의 약화는 중장기적인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외국계 시중은행들의 대출 영업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효율성 위주의 영업을 추구하면서 외형적인 면에서는 위축되는 분위기라 시장 점유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룹 본사나 해외 계열사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외국계 은행의 강점으로 꼽히던 외화 차입 조달 비용의 경쟁력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견조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국내 신용도가 상승함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차입금 조달비용도 낮아지고 있는 탓이다.
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과의 조달비용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며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 외화수요에 있어 예전과 달리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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