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적용의 근거로 삼는 녹취록이 일부 언론을 통해 30일 공개되면서 국정원 개혁 이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은 이번 사건과 별개"라며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김한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선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은 헌법 제1조를 부정하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국기문란 범죄"라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의 중대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사진=민주당)
김 대표의 입장은 전날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언론에 실린 대로라면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할 것"이라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이 가진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의가 꺾을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라며 "두 사건은 별개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국정원 개혁이라는 과제에 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이번 사건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국정원 개혁 요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군대가 오늘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어제 저지른 군사 쿠데타를 용서받을 수 없는 것처럼 국정원 어떤 성과를 내도 국기문란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에 넘어오게 되면 적시된 내용을 보고 당 지도부가 국회법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 시점에 대해선 "사실과 증거를 중심으로 하는 법원 판결이 매우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 전에 섣부른 입장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앞서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내란음모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재심을 통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예단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며 "국정원이 이번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협의를 분명히 입증할 증거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로 선고될 경우 국정원은 개혁 수준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갈기갈기 분해되는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이석기 녹취록'에 대해선 "사회적 지위와 책임을 갖는 분들이 중학생 아이들이 얘기하듯, 상상의 나래를 펴듯이 그렇게 얘기해선 안 된다"며 "그 부분에선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내란 음모'라는 큰 사법적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아울러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것을 근거로 "어느 정도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을 갖춘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멸치잡이배를 몰고 나갔는데 고래를 잡아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면 국민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혐의 내용에 대한 국정원의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를 위해 국정원이 이미 확보한 녹취록과 압수 수색물을 바탕으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뒤에서 한 관계자가 혐의 사실을 왜곡된 방식으로 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책임 있게 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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