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보도와 관련해 채 총장이 조선일보측에 정정보도를 청구함으로써 양측간의 분쟁이 본격적인 법적절차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가 단순히 보도의 정정을 청구한다는 의미가 아닌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따른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총장은 개인 명의로 된 정정보도 청구서를 전날 오후 6시쯤 조선일보측에 송부했다.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청구를 받은지 3일 이내에 수용여부를 채 총장에게 발송해야 한다.
언론사가 의혹제기 등 보도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뤄진 경우' 또는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조선일보측은 채 총장의 동의 없이 관련 의혹을 보도했기 때문에 후자의 요건을 반박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0일자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혼외자의 어머니라는 여성과도 만나거나 통화를 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경우 언론사가 피해자의 청구를 수용할 때에는 지체 없이 피해자에게 정정보도의 내용과 크기 등에 관해 협의한 뒤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거나 방송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지난 6일 최초 의혹 보도에 이어 7일, 9일, 10일까지 채 총장의 혼외자 존재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9일에는 채 총장의 혼외자가 다녔다는 학교측 관계자들의 말과 학교 서류 등을 인용해 채 총장의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런 만큼 조선일보측이 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조선일보측은 3일째 되는 목요일쯤 채 총장에게 '청구된 정정보도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는 거부사유를 들어 청구 거부통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채 총장은 법에 따라 조선일보측의 거부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내에 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중재위 중재부는 채 총장으로부터 조정 신청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조정하게 된다.
조정에서 출석요구를 받은 채 총장이 2회에 걸쳐 출석하지 않으면 조정신청은 취하한 것으로 본다. 조선일보측이 2회에 걸쳐 불출석한 경우에는 정정보도 등을 이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적극 내보이고 있는 만큼 불출석으로 인한 조정취하나 이행합의 간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정과정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측이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임을 주장하면서 정보의 출처를 언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측이 중재단계에서 쉽게 '혼외자' 제보자를 노출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재부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안 되거나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조정결정을 한다. 조정결정은 접수일부터 21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다.
중재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한 양측은 불복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쪽이 불복하든 불복하는 쪽은 결정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불복사유를 명시해 서면으로 중재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직권조정결정의 효력은 없어진다.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간주되며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위도 채 총장이 원고, 조선일보측은 피고가 된다.
이후 이뤄지는 소송은 '정정보도청구 등의 소(訴)'를 구하는 민사소송으로 진행된다. 정정보도청구가 접수되면 법원은 접수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소송이 시작되면 조선일보측이 제보자를 밝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일보측이 승소하기 위해서는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책임은 조선일보측에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채 총장이 밝힌 것처럼 소송에서 '혼외자'와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유전자 검사는 머리카락이나 입안의 세포를 소량 떼어내 손쉽게 할 수 있으며, 적중률은 99%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혼외자'로부터 유전자 검사에 응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시간을 끌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입증책임의 법리상으로 보면 조선일보측이 '내연녀'로 보도한 '혼외자'의 어머니나 '혼외자' 본인을 설득해 법정에 출석시켜 친자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같은 상황만으로 보면 조선일보측이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채 총장으로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혼외자'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 자체로도 이미 명예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총수인 만큼 조선일보측을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하기도 쉽지 않다. 또 '검찰을 흔드는 세력'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정치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채 총장으로서도 본인이 결백한 것으로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채로 검찰총수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채동욱 검찰총장(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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